[르포] 물폭탄 맞은 예천 은풍면 일대 아수라장···"장맛비가 이렇게 많이 내린 건 처음"

  •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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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15 19:57  |  수정 2023-07-17 09:25  |  발행일 2023-07-15
[르포] 물폭탄 맞은 예천 은풍면 일대 아수라장···장맛비가 이렇게 많이 내린 건 처음
물폭탄이 떨어진 경북 예천 은풍면에서 산 비탈면이 무너져 도로가 통제됐다 복구공사를 통해 재개됐다.
[르포] 물폭탄 맞은 예천 은풍면 일대 아수라장···장맛비가 이렇게 많이 내린 건 처음
물폭탄이 떨어진 예천 은풍면 우곡리 지방도로가 끊겨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르포] 물폭탄 맞은 예천 은풍면 일대 아수라장···장맛비가 이렇게 많이 내린 건 처음
예천군 은풍면 하천 주변의 비닐하우스와 논이 침수됐다.

"태풍도 아니고, 장맛비가 이렇게 많이 내리는 것은 생전 처음인 것 같아요"

지난 13일부터 사흘간 251㎜가 넘는 물폭탄이 경북 예천지역 곳곳을 할퀴었다. 특히 15일 은풍면 일대는 전쟁터를 방불케할 정도로 아수라장이었다.

은풍초등 일대는 하천이 범람해 주민들이 새벽에 대피하는 등 뜬눈으로 밤을 세워야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근 지방도까지 유실돼 교통도 통제됐다.

주민 권모씨는 "새벽에 대피하라는 소리가 들려 나와보니 하천 물이 넘쳐 집으로 밀려오고 있었다"며 급박한 상황에 몸서리쳤다.

그는 "폭우로 마을 전체가 정전 돼 가로등 마저 꺼져 칠흙 같은 어둠 속을 비상용 랜턴에 의지한 채 아내와 집을 간신히 빠져 나왔다"면서 "당시 대피하기 위해 면사무소 방향으로 차량을 돌렸다가 물이 그쪽으로 밀려 들어가는 걸 보고 인근 소공원에서 동이 트기만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비가 계속해서 내리는 가운데 곳곳에서 중장비가 동원돼 응급 복구작업에 나섰지만 워낙 피해지역이 넓어 복구가 쉽지 않은 상황.

주민과 공무원들은 일단 일부 유실된 도로 등을 응급 복구해 통행을 재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비가 쏟아지고 시설물 피해가 잇따르면서 구조 작업을 벌이기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하천 물이 넘쳐 인근 논과 밭으로 스며들어 논과 밭은 진흙으로 덮여버려 복구가 되더라도 농작물 수확이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된다.

주민들은 "도로가 유실된 우곡리는 87년 태풍 때와 90년 대 두 번이나 똑 같은 피해를 입었다"며 "당시 공사를 꼼꼼하고 튼튼하게 했었다면 이 같은 일을 또다시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곳곳에 크고 작은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와 낙석이 밀려 내려 온 곳이 수십여 군데에 이르고 도로와 교량이 유실되는 등 성한 구석이 거의 없는 정도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다리나 도로가 붕괴되거나 나무가 도로를 덮치면서 대형 장비 투입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주민 태모씨는 "이번에 내린 비로 은풍면에서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들이 거의 없을 정도"라며 "무엇보다 앞으로 많은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돼 걱정된다"고 말했다.

구조대원들은 산사태와 주택 붕괴 지역에서 수작업으로 시설물을 철거하고 인명 구조 작업을 벌이는 등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천지역은 16일 낮 12시 현재, 인명 피해는 사망 8명, 실종 9명이다.

글·사진=장석원기자 histor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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