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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신림역에 이어 3일 분당 서현역에서 불특정 시민을 대상으로 한 흉기난동 사건이 잇따라 벌어지자 경찰이 처음으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했다. 특히 서울 강남역과 부산 서면역, 세종 정부종합청사, 성남 오리역, 전북 부안 잼버리 행사장, 김해 신세계 백화점, 제주공항 등 인터넷에 게시된 '살인 예고글'에서 범행장소로 지목된 7곳에는 전술 장갑차도 배치했다. 사진은 부산 서면역 인근에 배치된 전술장갑차. 연합뉴스 |
지난달 신림역 흉기 난동에 이어 이달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묻지마식 흉기 난동'이 발생했다. 이후 유사한 범행을 예고하는 '칼부림 예고'가 전국에서 일어나면서 경찰이 비상에 걸렸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현역 사건 이후 이날 오전 7시까지 온라인에 올라온 살인 예고 게시글은 최소 42건이다. 경찰은 이 가운데 13건에 대해서는 작성자를 검거해 조사 중이다. 나머지 29건은 IP 추적 등 수사를 펼치고 있다.
서울에서는 서울 시내를 범위로 한 글을 올린 혐의로 3명이 체포됐다. 성동경찰서는 왕십리역을 지목한 20대 남성을, 용산경찰서는 특정 학교를 거론한 미성년자를 붙잡았다. '내일 밤 10시 한티역에서 칼부림을 하겠다'는 글을 올린 20대 남성은 자수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가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붙잡힌 2명까지 더해 서울에서만 총 5명이 붙잡혔고, 잠실역·강남역 등에서 난동을 벌이겠단 예고와 관련해서도 경찰이 수사 중이다.
경기 하남시에선 미사역 일대에서 살인을 저지르겠다는 게시물을 쓴 10대가 경찰에 붙잡혔고, 용인시에서는 흉기를 든 채 길거리를 배회하던 40대가 체포되기도 했다.
또한, 경찰은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축제 현장을 향한 협박성 글을 남긴 작성자를 추적하는 한편, 전남 나주시를 언급한 글의 작성자 30대 남성은 부산시 자택에서 체포했다. 부산 해운대 일대에서 흉기 난동을 예고한 미성년자도 자택에서 붙잡혔다.
경북 경산경찰서는 대구대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칼부림을 예고한 20대를 추적해 5시간 만에 검거했다. 구미경찰서는 "다음에는 구미역 칼부림이다"라는 글을 쓴 10대 미성년자를 긴급체포했다. 대구에선 한 PC방에서 칼부림이 났다는 허위 게시글이 게재돼 경찰이 수습에 나섰다.
경찰은 살인 예고 게시자들에게 협박, 특수협박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협박죄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 특수협박죄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또, 살인이나 상해를 구체적으로 준비한 정황이 확인되면 살인예비나 상해예비 혐의도 적용할 방침이다.
국민 불안감이 커지자 경찰은 전날 사상 처음으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했다. 인파가 몰리는 지하철역, 백화점 등 전국 247개 장소에 경찰관 1만2천여 명을 배치해 순찰한다. 전국 15개 시·도경찰청에 소총과 권총으로 이중 무장한 경찰특공대 전술요원(SWAT) 127명도 배치할 방침이다.
시민들은 '칼부림 예고 지도'와 리스트를 만들며 서로 안전을 챙기는 모습이다. 인스타그램 등 SNS,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 난동을 예고하는 글을 올리는 곳이 워낙 다양해 시민들이 직접 이를 취합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한 시민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칼부림 예고 글이 올라와서 불안하다. 예고 글을 올리지 않은 누군가가 언제든지 주변에서 난동을 부릴 수 있다는 생각에 주말에도 바깥으로 나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고 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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