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찰이 대구 수성구 학원가에서 행인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특수협박)로 구속한 A(46)씨의 범행 장면 . 대구 수성경찰서 제공 |
대낮 대구 수성구 학원가에서 4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두르는 아찔한 사건이 벌어졌다. 범행 장소가 어린 학생들이 자주 오가는 학원가였던 터라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고, 경찰은 이 남성을 긴급체포한 뒤 구속수사를 벌이고 있다.
사건이 벌어진 것은 지난 8일 낮 12시 15분쯤 대구 수성구 한 학원 밀집 지역에서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내린 A(46)씨는 가방에 보관하고 있던 길이 31.5㎝의 흉기를 꺼내 바로 옆 전봇대를 긁기 시작했다. 이후 A씨는 주변을 돌며 흉기를 마구 휘둘렀고, 흉기를 든 손과 함께 양팔을 위로 올려 만세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A씨가 이 같은 행동을 하던 사이 우산을 든 어린 학생이 모퉁이를 돌아 걸어오다 A씨를 보고 놀라 슬그머니 뒤를 돌아 가는 모습이 인근 CCTV 화면에 담기기도 했다. 만약 이 학생이 조금이라도 일찍 이곳으로 걸어와 A씨와 마주쳤더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당시 현장을 지나던 행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A씨는 사라지고 난 뒤였다. 이에 경찰은 주변 CCTV 등을 분석해 A씨의 오토바이를 특정하고 이동 경로를 추적 끝에 현장에서 57㎞가량 떨어진 경북 성주에 있는 자택 인근에서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A씨가 소지하고 있던 칼과 도끼, 망치 등 흉기 4점을 압수하고 특수 협박 혐의로 구속했다.
![]() |
경찰이 대구 수성구 학원가에서 행인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던 A(46)씨에게 압수한 흉기. 대구 수성경찰서 제공 |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는 "누군가 전봇대 아래에 눈에 보이지 않는 실이 있으니 제거하라고 지시했다. 실을 도려내기 위해 흉기로 전봇대를 긁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경찰이 A씨를 상대로 음주나 마약 간이검사를 한 결과 음성으로 나타났다. 또 관련 전과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A씨가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인 만큼 정신질환이 있는 것으로 보고 과거 치료 이력 등 객관적인 자료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지난 7일 오후 3시 52분쯤에는 동대구역 광장에서 가방에 있던 흉기를 꺼내려다 떨어뜨린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혀 구속됐다. 이 남성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흉기를 가지고 동대구역에 갔다"고 경찰에 진술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동대구역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려다 30대 남성이 구속된 사건 이후 대구에서 두 번째로 '묻지마 범죄' 피의자가 구속된 사례"라며 "앞으로도 비면식 강력범죄에 대해 엄정 대응하는 한편, 모방 범죄 예방에 경찰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민경석
민경석 기자입니다. 제보를 기다립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