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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화 대구은행 성서공단영업부 PB실장 |
행복한 노후를 위해 연금을 준비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돈을 모으는 것만큼 모은 돈을 잘 굴리는 게 중요하다.
얼마 전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지정과 관련한 문자를 받고 상담하러 온 고객이 있었다. 지금까지 안전을 우선시해 정기예금과 채권형펀드로만 운용했는데 작년부터 금리인상이 계속됨에 따라 채권형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향하고 있었다. 정기예금 상품의 연 환산수익률은 1%대에 불과했다.
장시간 방치한 걸 후회하고 포트폴리오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하고 싶지만 어떤 자산에 투자해야 할지 고민스러워 했다.
최근 퇴직연금 상품 중 DC형이나 IRP 가입자라면 사전지정운용방법을 선정하라는 안내를 받거나 디폴트 옵션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퇴직연금에 쌓이는 적립금은 스스로 운용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퇴직연금을 운용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상품운용에 대한 전문성 부족 등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을 원리금 보장상품으로만 운용한다. 이런 경우 시중금리를 뛰어넘는 수익률을 얻기가 매우 힘들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득이 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입자가 직접 자금을 굴리지 않아도 설정한 투자상품에 자동으로 투자하게 되는 디폴트 옵션이 도입됐다.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 제도 중 DC·IRP형 가입자가 별도 운용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놓은 상품으로 자동운용하는 제도다.
디폴트 옵션의 상품 유형은 원리금보장상품, 펀드상품, 원리금 보장상품과 펀드상품을 혼합한 포트폴리오형으로 나눌 수 있다. 디폴트 옵션 위험도는 초저위험,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4단계로 구분된다. 디폴트 옵션을 선택하는 데 있어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 있다.
첫째, 원본 손실 위험을 얼마나 감수할 수 있을 것인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기대수익이 낮을수록 낮은 위험의 상품이나 포트폴리오를 선택해야 한다. 리스크가 높지만 고수익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익률이 낮아도 리스크가 낮은 안전한 상품을 선호하는 이들이 있다.
둘째, 가입자가 부담하는 제반 비용도 실질수익률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다. 동일한 기대수익률이라면 낮은 비용의 옵션을 선택해야 한다.
셋째, 투자기간이다. 디폴트옵션의 상품운용 기간과 투자기간이 다른 경우 가입자는 예기치 못한 손실을 보거나 불리한 선택을 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존 저위험 상품으로만 운용한 탓에 적극적 상품으로 운용하려고 한다면 혹은 디폴트 옵션을 선택하기 어렵다면 은퇴 시점에 맞춰 퇴직연금 자산을 구성한 TDF를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알아서 조절하며 운영하는 펀드다.
숫자가 클수록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이 크고,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위험자산 투자비중을 축소 조정한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선 디폴트옵션이 시행되면서 TDF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 현재 원리금보장형상품에 쏠려있는 255조원대 적립금(2022년 말 기준)이 TDF를 비롯한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옮겨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국내 TDF시장 순자산 규모는 올해 1분기 11조원을 돌파했다. 이 중 10조원 이상이 연금성 자산이다.
그렇다고 디폴트옵션이 만능은 아니다. 디폴트옵션을 실행해도 퇴직연금의 장기운용 방향을 수정하고 수익률을 개선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어서다. 가입자는 원리금 보장상품의 금리 및 만기, 예금자보호 여부, 펀드상품의 위험등급 및 과거 수익률을 신중히 살펴봐야 한다.
차정화 대구은행 성서공단영업부 PB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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