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부산 백 년 길, 오 년의 삭제…우후죽순 아파트·재개발이 삼켜버린 부산 옛길 더듬기

  • 최미애
  • |
  • 입력 2023-08-25  |  수정 2023-08-25 08:29  |  발행일 2023-08-25 제17면
5년간 곳곳 걸으며 사연 등 풀어내

변화·정체 사이 도시 흔적도 짚어

부산백년길
이준영 지음/호밀밭/240쪽/1만6천800원

바다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풍경은 많은 내륙 도시들이 부산을 부러워하게 하는 이유다. 하지만 어느 순간 부산의 바다는 자연 그 자체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경치 좋은 곳을 선점해 건물을 올리는 것에 골몰한다. 그 자리에 원래 있었던 것에 대해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옛 마을의 역사나 주민의 추억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동 마지막 오션뷰 아파트' '전 세대 오션뷰!'라는 현수막만 즐비하게 걸려 있다. 다 같이 공유해야 할 아름다운 자연이 일부 가진 사람들의 전유물이 된다.

책은 도시 재개발이라는 이유로 마구잡이로 굴을 뚫고, 다리를 놓고, 건물을 올리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을 돌아보게 한다. 1부에는 부산 남구 우암동 소막마을, 부산 서구 아미동 등 재개발과 아파트 공사로 황폐해진 7곳에 관해 썼다. 2부에는 우후죽순 들어선 건물에 밀려나고 지워진 옛길에 담긴 추억과 사연을 풀어냈다. 3부에선 과거와 현대, 변화와 정체 사이에 놓인 다양한 도시의 흔적을 짚어나간다.

부산일보 논설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하고, 일선 선임기자로 활동하는 저자는 "'인간이 외로운 까닭은 길이 아닌 벽을 세우기 때문이다'는 말이 있다. 길의 역사학, 길의 고고학, 길의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라며 사라져가는 길에 주목한다.

그는 2018년과 2023년 부산의 곳곳을 걸으며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얼마나 부산의 많은 길이 지워졌는지, 무엇이 사라지고 무엇이 우리에게 아직 남아 있는지를 살펴봤다. 저자는 도시화와 산업화라는 말로 무자비한 개발이 앗아간 것들에 대해 '위령제라도 지내자는 심정'으로 걸었고, 글로 썼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