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극단의 정치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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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21  |  수정 2023-09-21 07:01  |  발행일 2023-09-21 제23면

[영남타워] 극단의 정치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이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공직자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다'는 평가를 전했다. 이 보고서에는 국회를 믿는 국민은 15%에 불과한 반면 불신하는 국민은 무려 81%에 달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모든 국가기관 가운데 국회가 국민 신뢰 최하위를 기록한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윤 원내대표는 "여야가 추구하는 방향이 매우 다르지만, 힘을 합쳐 협치를 이루자"고 말했다. 필자도 이 같은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현재 대한민국 정치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정치의 묘미라는 협치는 사라진 지 오래다. 국회에서 잔뼈가 굵은 한 보좌관은 "국회는 단 한 번도 조용한 적이 없었다. 지금보다 더 혼란스러운 적이 많았다"라면서도 "문제는 불통"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다선 의원들은 과거 국회는 치열하게 다투면서도 언제든 여야 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술잔을 기울이며 소통했다고 말을 자주 한다. 이런 과정에서 협치의 결과물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의 국회는 살벌하다.

야당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0일 넘게 명분 없는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이 와중에 검찰은 이재명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국회는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있다. 이에 이 대표는 "체포안 가결은 정치검찰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사실상 자당 의원들에게 부결을 요청했다. 민주당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과 국무총리의 해임건의안이 같은 날 표결에 부쳐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됐다. 야당 대표의 검찰수사와 구속영장 청구, 단식, 표결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내심 민주당의 위기를 반기고 있다. 혼란이 장기화되면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유리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이 기대한 대로 민주당이 혼돈의 카오스에 빠지면 유리할까.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율도 민주당보다 낮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대통령 지지율은 45% 이상, 국민의힘 지지율은 민주당보다 높거나, 최소한 오차범위 내 근소한 차이로 추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인 민주당은 오히려 진보진영의 결속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유지된다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넘어 거대 여당이 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극단의 정치가 국민을 중도 없는 양면의 칼날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은 답답하다. 국제적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면 여야가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국회는 끝없는 갈등만 계속하고 있다. 지금의 정치는 실종을 넘어 정치 사망·복원 불능 상태로 가고 있다. 이 대표 단식이 여야 소통에 따라 풀리는 것이 아니라면 더욱 극단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여야는 남의 불행에 기뻐하는 마이너스의 경쟁이 아닌, 협치를 통해 누가 누가 더 잘하는지 겨루는 플러스의 경쟁을 펼쳐야 할 것이다.임 호 서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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