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추석을 마치고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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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04  |  수정 2023-10-04 06:56  |  발행일 2023-10-04 제27면

예년보다 긴 6일간의 추석 연휴를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추석만 해도 코로나19로 가족이나 친지 만남조차 될 수 있으면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불가피하게 고향을 찾을 경우에도 소수 인원이 짧게 만날 것을 주문했다. 올해 추석은 달랐다. 수많은 사람이 고향을 찾아 일가친척, 친구와 함께 풍성한 한가위를 보냈다. 문중 묘를 벌초하고 성묘로 조상의 음덕을 기렸다. 어떤 이는 오랫동안 미뤘던 국내외 여행을 떠나거나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며칠의 자유를 만끽했다. 때마침 열린 항저우 아시안 게임의 금메달 소식도 긴 연휴 기간의 무료함을 달래주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추석이 두려워 슬픔에 젖은 사람도 적지 않았을 게다. 부모 형제가 사는 그리운 고향을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이도 있었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직장을 구하지 못한 취준생과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한 근로자를 포함한 소외된 이웃들이다. 이들은 가족을 볼 낯이 없거나 차례상을 차릴 돈을 마련하지 못해 고향 방문을 포기했을 수도 있다. 풍요로운 한가위에 고물가 영향으로 가족과 선뜻 외식 한번 하지 못한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이들에게는 치솟은 물가, 전기료 폭탄, 고유가 등으로 한가위가 공(空)가위가 된 셈이다. 모든 것이 가정과 국가 경제가 어렵고 힘들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를 경제 회복의 시작으로 삼겠다는 민생 정책에도 행여 흠집이 생길까 걱정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귀향이나 귀경길에 대형 사건 사고가 없었다는 점이다. 올해도 이제 석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연초에 세운 계획을 되돌아보면서 마무리를 준비할 때다. 그래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으로 다 함께 달려가자. 새로운 내일의 희망을 향해서.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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