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세렌디피티(우연한 발견)의 재소환

  • 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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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06  |  수정 2023-12-12 11:07  |  발행일 2023-10-06 제26면
우연, 누구에게나 올수 있어

중요한 것은 기회잡기 위해

미리 준비할때 필연으로 와

"항상 낚싯바늘을 던져두라

기대 않은 곳에 물고기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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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

교수직과 지방공공기관장직을 그만두고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변신한 지 3년 만인 금년 7월 1호 투자회수(exit)라는 행운을 맛보았다. 2년 전 배터리 규제자유특구 행사 참석차 포항에 갔다 옆자리에 앉은 A사 부사장(현재 사장)과의 우연한 만남이 인연이 되어 상장 직전이었던 A사에 투자 기회를 얻었다. 이후 1년 8개월이라는 매우 짧은 기간에 큰 배수로 회수하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우연한 만남, 투자, 성공적 회수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세렌디피티(serendipity)란 단어가 생각났다.

세렌디피티는 우연으로부터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특히 과학연구의 분야에서 실험 도중에 실패해 얻은 결과에서 중대한 발견 또는 발명을 의미한다.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인 페니실린 발명이 대표적이다. 항생제의 아버지인 알렉산더 플레밍은 세균 배양실험 도중 실수로 배지의 뚜껑을 열어 놓고 퇴근하면서 다음 날 아침, 미생물 배지에 푸른곰팡이가 피었고, 푸른곰팡이에 오염된 미생물이 자라지 못하는 것을 보고 힌트를 얻어 푸른곰팡이가 분비하는 페니실린을 발명하였다.

플레밍은 과학의 80%는 우연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했을 정도로 과학계에서 '우연한 발견'의 예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백신, 플라스틱, 비아그라, 3M사의 포스트잇 메모지, 전자레인지, 감마선 폭발, 일본의 '기적의 사과' 등등. 하지만 과학적 발견과 발명은 오로지 우연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려는 과학자들의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계속하는 용기와 열정이 '우연'을 실제 발견·발명으로 이어지게 한다. 이 점에서 "우연은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온다"는 세균학의 아버지이자 백신 선구자인 루이 파스퇴르의 말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사실 완전한 우연에 의한 세렌디피티는 없다는 것이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지만 모든 것의 시작은 우연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우연을 포착하여 필연이나 행운으로 만들 수 있을까? 우연은 우리가 미처 생각지도 못하고 있을 때 지나치기 때문에 하나의 목표 외에 다른 일체의 것은 배제하고 마음을 하나에만 집중하는 생각의 폭이 좁은 사람에게는 세렌디피티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당장은 전혀 상관이 없고 소용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까지도 관심의 영역을 넓히고 그 속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눈여겨볼 자세가 되어 있다면 세렌디피티를 누릴 수 있다.

"본래 우연이란 없다. 무엇인가를 간절히 소망했던 사람이 발견하거나 만들어 냈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라는 '데미안'에서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운명에는 우연이 없다고도 한다. 하지만 우연만으로 이루어진 삶이 없는 것처럼, 필연적으로 결정된 삶도 없기 때문에 운명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즉 우리의 삶은 우연과 필연이 끊임없이 얽혀 만들어지는 것이어서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지혜야말로 인생의 지혜다.

결론적으로 우연은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다. 만약 필자가 포항을 가지 않았다면, A사 부사장 옆자리에 앉지 않았다면, 투자 기회를 요청하지 않았다면 등등. 중요한 것은 우연히 나타나는 소중한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열심히 추구하고 매사에 충실해야 한다. "우연은 늘 강력하다. 항상 낚싯바늘을 던져두라. 전혀 기대하지 않은 곳에 물고기가 있을 것"이라는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의 말처럼 할 수 있는 것을 틈틈이 준비할 때 '준비된 우연'은 필연으로 다가온다.

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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