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사과?" "가결이 뭔가요?"…젊은 세대 문해력 부족 재점화

  • 조현희
  • |
  • 입력 2023-10-22 07:31  |  수정 2023-10-22 15:11  |  발행일 2023-10-19
Z세대 37% "또래나 주변에 문해력 부족한 사람 많다"

영상 콘텐츠 주로 이용하고 책·신문 등 인쇄물 비선호

전문가들 "문해력 부족 현상 자체를 해결하기보다

어려운 단어 쉬운 어휘로 바뀌 쓰는 분위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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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에서 문해력 부족 현상이 두드러진다. 진학사 캐치 설문조사 결과, Z세대 응답자 중 37%가 '또래나 주변에 문해력이 부족한 사람이 많다'고 응답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문해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글.  <네이버 캡처>

# 최근 한 카페가 "예약 과정 중 불편 끼쳐 드린 점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는 공지문을 올렸는데, 일부 누리꾼들이 '심심(深甚)한'의 뜻을 지루하다는 의미로 오해해 "제대로 된 사과를 하라"고 반발했다.

# 대학생 김모(여·23)씨는 "친구와 약속 일정을 잡을 때 '사흘 뒤에 보자'고 했는데, 상대방이 4일로 오해해 약속 당일 혼동이 생긴 적이 있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3일을 뜻하는 '사흘'의 '사'를 숫자 4로 인식해 4일로 혼동하는 것.

# 지난달 2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포털사이트에는 "이재명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던데 가결이 뭐예요?"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 다른 포털사이트에도 '이재명 가결' 키워드를 검색하니 '가결 뜻' '가결이란' 등의 연관 검색어가 등장했다.

문해력 저하 현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6일 진학사 캐치는 Z세대 중 20대 1천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Z세대 문해력'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 중 37%가 '또래나 주변에 문해력이 부족한 사람이 많다'고 응답했다. '보통이다'라고 응답한 비중은 46%였으며, '적다'라고 답한 비중은 17%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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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진학사 캐치가 실시한 'Z세대 문해력' 설문조사 결과.  진학사 캐치 제공

진학사 캐치는 젊은 세대 문해력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을 영상매체 시청 증가로 분석했다. 해당 설문조사 응답자의 70%가 평소에 다양한 매체 중 '유튜브·숏폼 등 영상 콘텐츠'를 가장 많이 이용한다고 했다. 이어 '인스타그램 피드와 같은 SNS 이미지 콘텐츠' 19%, 'X(구 트위터)·스레드 등의 단문 텍스트 콘텐츠' 6% 순으로 나타났다. 책·신문 등 인쇄물을 가장 선호한다고 응답한 비중은 3%에 그쳤다. 김모씨는 "주변에서도 활자보단 영상과 짧은 텍스트를 주로 소비한다. 뉴스도 SNS에 올라오는 영상이나 카드 뉴스를 통해 접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일상 속 언어 문화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문해력 부족 자체를 해결하기보다 쉬운 어휘를 사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것. 이정복 대구대 교수(한국어문학부)는 "한자는 수도 많고 어려울 뿐 더러, 요즘 젊은 세대는 한자를 깊이 있게 공부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교육보다는 어려운 어휘를 쉬운 단어로 바뀌 쓰는 분위기가 필요하다"면서 "예컨대 '금일(今日)'이라는 한자어 대신 '오늘'이라는 우리말을 쓰는 것이다. '가결'이라는 단어도 주로 법과 관련된 특별한 분야에서 사용돼 생소한 것이다. '찬성으로 나왔다' 같이 어린 아이도 알 수 있는 표현으로 바꿔 쓰면 소통의 오류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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