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금붕어빵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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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02 06:46  |  수정 2023-11-02 06:57  |  발행일 2023-11-02 제23면

1천원 지폐 한 장을 내밀면 종이 봉투에 몇 개씩 담아 주던 붕어빵이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 속에 팥, 밀가루, 식용유, 달걀 등 원재료 값 상승으로 붕어빵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탓이다. 가격조사업체 한국물가정보가 붕어빵 시즌이던 지난해 12월 실시한 조사에서 팥이 들어간 보통 붕어빵은 두 마리에 1천원이었다. 변두리 지역은 세 마리에 2천원에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날씨가 쌀쌀해진 지난달부터 거리에 등장하기 시작한 붕어빵 1마리 가격도 수도권에서 1천원이라고 한다. 치즈 베이컨과 같은 고급재료를 넣은 초붕어, 고붕어, 땅붕어 1마리는 2천~3천원까지 올랐다는 소식도 들린다. 대형 할인매장에서 파는 찹쌀 붕어빵 가격도 2천원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천원으로 배불리 먹을 수 있었던 붕어빵이 ‘금(金)붕어빵’이 됐다.

구미시를 비롯한 대구와 경북지역의 붕어빵 가격 상승도 수도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두 마리에 1천원이던 붕어빵이 올해는 세 마리에 2천원으로 올랐다. 두 마리를 1천원에 파는 곳도 있으나 크기가 달랐다. 며칠 전 1천원 지폐 두 장으로 샀던 붕어빵 세 마리에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금붕어빵 영향으로 1천원 지폐가 초라해지는 어색한 느낌마저 있었다. 붕어빵처럼 서민들에게 잊혀가는 추억의 맛은 오래오래 남는다. 호주머니에 1천원 지폐 한 장을 찔러넣고 형제 남매가 손잡고 붕어빵을 살 때면 사이좋게 지내라면서 한두 개 더 주던 붕어빵 주인의 따뜻한 정이 떠오른다. 붕어빵 한 마리를 놓고 먼저 머리부터 먹을지 꼬리부터 먹을지를 놓고 고민하던 소소한 행복이 그립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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