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대표 "싸가지론이 작동한다면 꼰대론으로 맞서겠다"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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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10  |  수정 2023-11-09 19:04  |  발행일 2023-11-10 제3면
비례대표 출마설에 "대구의 젊은 사람에게 기회"
제3지대론 관련 "가능하지만, 음모론자는 배척"
신당 타격 없다는 국힘에게 "반대로 가면 잘 된다"
"대통령 잘못 반성하고 사과하면 신당 동력 없어"
이준석 전 대표 싸가지론이 작동한다면 꼰대론으로 맞서겠다
9일 대구를 방문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영남일보 편집국에서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이준석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게 '뜨거운 감자'다. 방송을 통해, 또 SNS에 연일 국민의힘을 비판하고 있다. 특히 당 지도부와 친윤(친윤석열) 인사, TK 의원들이 타깃이 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도 거침이 없다. 최근에는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신경전을 벌인 사실이 전해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안철수씨, 조용히 해주세요. 식사 좀 합시다"라고 했고, 안 의원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영남권 기반 신당 창당설도 띄우고 있다. 사실상 신당 창당이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신당을 통해 대구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신당은 언제쯤 가시화되나.
"12월 말쯤 정치적 판단을 하겠다고 했다. 그건 결심의 시기다. 창당은 물리적으로 그 뒤로부터 2~3주, 한 달 정도 시간이 걸리지 않겠나 생각한다. 신당은 수권 정당을 목표로 한다. 최소한 원내교섭단체(의원 20명 이상)를 이루고, 그 다음 대통령선거나 지방선거에서 더 큰 도전을 할 수 있는 정도의 기반이 되는 결과를 원한다."

▶ 수도권이 아닌 대구경북(TK)에 상당히 공을 들인다는 인상을 준다.
"수도권에서 정치하면서 가장 답답한 지점은 높은 영남권 의원의 비중이다. 큰 선거에서 영남 의원들이 선대위나 선거 전략을 짜니까 개인의 변수 이상의 좋지 않은 당 변수가 나와서 수도권 선거를 그르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 영남 지역에서 통하는 메시지를 자꾸 수도권에 투영하려고 했기 때문에 부정적 효과가 났던 셈이다. TK 정치가 바뀌는 게 국민의힘이나 보수정당이 수도권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한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

▶ 신당을 통해 대구에 도전할 것인가. 또 대구의 어느 지역구를 염두에 두고 있나.
"TK지역에서 국민의힘이 아닌 당으로 도전하는 것은 어려운 도전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한 친박연대, 1996년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뚫어냈던 정서가 전부다. 대구가 28년 만에 한 번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을 사랑하고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TK 60~70대가 30~40대 때 해본 일이다. 저는 또 하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TK지역에 (도전)한다면, 개인이 아닌 대구경북의 좋은 사람들과 팀으로 도전하려 한다. 팀 플레이를 하겠다. 동성로 바닥에 상주해서 최대한 많은 분을 만나겠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최대한 빨리 대구의 변화가 오는 길이다."

▶ 비례대표 출마설이 있는데.
"신당을 차린다면 조금이라도 어려운 곳에서 더 세게 붙는 게 중요하다. 개인이 어떤 성취를 이루는 게 뭐 그리 중요하겠나. 신당에 비례대표 한 명이 당선될 공간이 있다면, 대구의 다른 젊은 사람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열고 싶다. 저도 이제 혜택 받을 만큼 받은 정치인이다."

▶ TK지역에서 이 전 대표의 강한 발언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최근 소위 '싸가지론'이니 뭐니 하는 것들이 정말 작동한다면, '꼰대론'으로 맞서겠다. 이미 TK시도민은 그런 거 개의치 않고 대통령 뽑아보셨다. 다리 쩍 벌리는 사람, 기차에 발 올리는 사람 대통령으로 만드셨다. 젊은 사람한테만, 식당에서 누가 시끄럽게 내 욕하고 있는데 '조용히 하라'고 말한 걸로 싸가지라고 한다면 이중잣대다. TK 젊은 사람들은 지금 '왜 젊은 사람이 나대냐' 소리에 지쳐 다른 곳으로 가는 모양새다."

이준석 전 대표 싸가지론이 작동한다면 꼰대론으로 맞서겠다
9일 대구를 방문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영남일보 편집국에서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신당'이 '빅 텐트'나 '제3지대론'과 연결되나.
"보수와 진보로 갈리는 상황에서의 제3지대를 의미하는 것인지, 여당과 제1야당 사이 어떤 공간을 이야기하는 것인지에 따라 해석이 다르다. 저는 이념적으로 환경, 노동, 인권 등 진보의 아젠다라고 할지라도 충분히 다뤄야 할 주제라면 다루겠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편협한 아젠다를 다루고 있는 건 심각한 상황이다. 신당을 하게 되면 저는 토론하고 논쟁할 예의와 기술을 갖춘 사람이라면 (함께 가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음모론자는 무조건 배척하겠다.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회 대표와 개인적인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다. 내일(10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금 대표를 만날 예정이다."

▶ 최근 영남권 중진들이 편하게 정치하도록 놔두고 싶지 않다고도 했는데.
"정말 안타까운 얘기지만 앞으로 대구에서 이렇게 가다간 국민의 의사가 들어가는 당 대표나 대통령 후보는 절대 배출되지 않을 것이다. '비만 고양이'라고도 했다. 권력자에게만 줄 서면 된다는 걸 학습해온 모양새다. 고양이들은 호랑이가 되지도 못할 것이며 야생으로 돌아가지도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수 정당이 영남으로 쪼그라들었기 때문에 영남의 절반인 TK 뭉치면 원내대표는 계속 만들 수 있다. 다만, 절대 민심에 가까워질 수 없다. TK 의원이 절반의 덩어리를 유지하기 위해 하는 행동은 우르르 몰려가 연판장 쓰는 거다. TK의원이 나경원 전 의원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다고 쫓아내는 일에 앞장서나. 연판장으로 사람 조지고 공천 받을 때는 알랑거리면서 줄 서는 식의 쉬운 정치는 대부분 독이 된다."

▶ 내년 총선에서 진영 대결이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신당은 무엇을 지향하나.
"이념 대결은 우리 국민들이 지난 2년 반 동안 지겹도록 경험했다. 지난 대선은 사상 초유로 '대장동' 하나로 '누가 나쁜 놈이냐'를 따진 선거였다. 어느 선거보다 경제, 외교, 통일, 교육 등 공약이 돋보이지 않았다. 그 결과 끝없는 정쟁이 이어졌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잡아넣느냐 못 넣느냐가 대한민국의 큰 이슈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도 드러나는 게 없다. 경제나, 교육 정책이 뭔지 모르겠다. 신당을 한다면 굉장히 치열하게 사회적 문제들을 올려놓을 것이다. 수많은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고 양당의 해법도 요구할 생각이다."

▶ 국민의힘은 '신당 창당'이 타격 없을 것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 분들이 2년 동안 당이나 이준석을 생각해서 발언하신 걸 본 적 없다. 일반적으로 그분들이 생각하는 것과 반대로 가면 잘 된다. 좋은 조언으로 새겨듣고 그분들의 반대 방향으로 가겠다."

이준석 전 대표 싸가지론이 작동한다면 꼰대론으로 맞서겠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영남일보 방문에 앞서 동대구역에서 취재진을 짧게 만났다.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는 모습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활동을 평가해 달라.
"도대체 이 분(인요한 혁신위원장)은 누구신데 공수표를 남발하나. 저는 어찌 보면 학교 폭력 피해자다. 본인이 어떤 지위에서 가해자를 대리해 이런 행동을 하고 계신지 모르겠다. 학폭 당한 다음 일방적으로 '나 미안하다 했으니까 다 풀었다'라고 하면 되는 건가. 제발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선에서 얘기했으면 좋겠다. (윤핵관·당 지도부·영남권 중진 사퇴 또는 수도권 출마 요구는) 기술적으로 굉장히 위험하다. 정치를 이렇게 가볍게 보고 움직이면 곤란하다. 윤 대통령이 실정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질타할 수는 있겠으나, 영남권 중진 의원 때문에 실정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혁신 위원장이 칼 들고 다니면서 환자를 제대로 못 잡고 계신다. 최근 인 위원장이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나고 '코리안 젠틀맨'이라고 했다. 유 전 의원 만나서 2시간 동안 대화하고 할 수 있는 말이 그것 밖에 없나. 유 전 의원이 악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 국민의힘에 남을 생각이 전혀 없나.
"지난 대선,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감옥에 넣은 사람이 대구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대구시민이 윤 대통령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믿어줬던 건 오히려 권력층에게 불편할 수 있는 수사를 했던 스타 검사 출신이기 때문이고,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의 거악들과 싸워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민심에 귀를 기울이고, 1년 반 동안 잘못했던 것을 반성하고 사과하고 잘못된 것들을 되돌릴 때 국민들이 기대를 살릴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께서, 직업적 특성상 잘못을 번복하는 일을 하시지 않을 것 같다. 대통령께서 그런 마음을 먹으시면 아주 솔직하게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러면 저를 포함해 모든 사람의 마음이 움직일 것이다. 신당을 하고 싶어도 동력이 없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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