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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전경. <영남일보 DB> |
지난해 10월 출범한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 가장 주력하는 사업이 있습니다. 바로 '메세나(Mecenat·기업의 문화예술 후원)'입니다. 이에 따라 진흥원과 소속 공연장인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최근 시상하는 상에는 메세나를 통해 상금을 확보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 10일 막을 내린 제20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올해 처음으로 '사야오페라어워즈'를 제정해 올해 축제 메인 오페라 5편에 참여한 성악가·제작진을 대상으로 시상을 했습니다. 수상자는 후보추천위원회 및 심사위원회를 거쳐 확정됐습니다. 5개 부문에서 2개 기관·단체와 6명의 성악가에게 수상했으며, 총상금은 1억원입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진흥원이 청년 국악인, 예술적인 성과를 인정받은 국악인 등을 시상하는 '2023 팔공사야국악상' 수상자를 선정했습니다. 총상금 8천만원으로, 3개 부문 5명에게 수상하고,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시상식과 함께 축하 공연이 진행됐습니다. 이 상 또한 추천위원회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했습니다.
두 상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수상자를 선정할 추천위원회 및 심사위원회를 TC태창 측이 구성한다는 것입니다. 두 상은 지난해 12월 지역공연문화 진흥·발전을 위한 대구시·TC태창·대구문화예술진흥원의 기부 약정협약을 근거로 추진됐습니다. 당시 약정서에 수상자 선정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이에 팔공사야국악상 업무를 맡는 진흥원과 사야오페라어워즈 업무를 맡는 대구오페라하우스는 행정적인 부분과 시상식과 수상자 축하 공연, 수상자 음악회 등을 주로 맡았습니다.
대구오페라하우스 관계자는 "사야오페라어워즈는 심사위원 선정, 심사는 TC태창 측에서 진행하고 오페라하우스에서는 결과를 받아 시상식 등 행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지역 문화계에선 지역 기업의 통 큰 기부는 의미 있다고 보더라도 메세나의 진정한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게다가 심사위원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수상자 선정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각에선 팔공사야국악상의 경우, 새로 제정된 상이지만, 기존 상을 계승하는 느낌이 강하기에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TC태창은 2012년 사야문화재단 설립 후 2014년부터 '사야국악상'을 제정해 시상해왔습니다.
대구 문화계 한 관계자는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게 메세나의 대원칙이다. 저런 방식으로 시상하는 건 모양새가 좋아 보이진 않는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문화계 관계자도 "저런 식으로 수상자를 선정하게 되면 진흥원이 스스로 상의 권위를 떨어트릴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같은 뒷말이 나오면 진흥원이 추진하는 메세나 사업에 대한 신뢰가 자칫 떨어질 수 있습니다. 상금 기부를 한 기업이 상 심사과정에 참여하는 메세나 사업,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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