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7일 대구 수성구 스마일센터 방문 중 한 시민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민주당은 한 장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이준석 전 대표는 총선 출마를 환영하고 있다.
정작 한 장관은 말을 아끼고 있다. 한 장관은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인구 포럼'에 참석한 뒤 총선 출마 여부에 "저는 저의 중요한 일이 많이 있다. 중요한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주말 사이 대구에 다녀오면서 출마설이 확실시된다는 얘기가 나왔다'는 질문에도 "충분히 답을 드린 것 같다.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고 했다. '여권의 지속적인 출마 요구를 수용했다는 보도까지 나온다'는 질문엔 "보도나 추측, 관측은 그냥 하실 수 있는 것"이라며 "저는 제가 할 일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법무부 관련 행사를 위해 전국을 누비며 사실상 총선 출마 전초전을 펼치고 있는 한 장관이 정계 진출 여부에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는 데 대해 관심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고도의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장관은 지난 17일 대구 방문 당시 꽃다발까지 들고 찾아온 지지자의 사인 공세를 받는 등 거물급 정치인 대접을 받기도 했다.
민주당은 일단 겉으로는 한 장관의 '총선 역할론'을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내심 우려의 분위기도 감지된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한 장관은 국민적 비호감도가 높은 데다 '짝퉁 윤석열' 같은 느낌이라 국민적 지지와 공감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한 장관이 나와주는 게 민주당엔 상당히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지도부 일부에선 한 장관의 등판이 중도·무당층 호응을 얻어내면서 여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인 혁신위원장은 한 장관의 총선 역할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인 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분이 결정을 안 한 걸로 알고 있는데 결정된다면 참 좋은 일"이라며 "이민 정책위원으로서 이민정책 토론할 때 많이 봤는데, 아주 합리적인 분이다. 젊지만 내가 존경하는 분이다. "그런 경쟁력 있는 분들이 와서 도와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출판기념회 참석 후 기자들에게 "한 장관의 행보가 정치권에 새로운 움직임을 불러온다고 하면 나쁘게 평가하지 않는다"며 "(한 장관이) 당에 개혁적으로 메시지를 보여준다면 하태경, 이준석, 한동훈이 동지가 되는 날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장관의 총선 출마 지역도 관심사다. 현재로선 험지에서 출마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서울 종로와 같은 정치적으로 상징성이 큰 지역이 후보지가 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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