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문외한이 일군 전국 첫 面단위 합창단 '다산미라클' 25일 창단 연주회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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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23 08:25  |  수정 2023-11-23 08:26  |  발행일 2023-11-23 제21면
고령 다산면 평생교육 참가자
30여명 1년간 맹연습 첫 무대
소외계층 찾아가는 공연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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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연주회를 앞두고 막바지 연습에 한창인 경북 고령 다산미라클합창단원들. <다산미라클합창단 황명애 단장 제공>

지난해 4월 경북 고령군이 다산면에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중에는 합창 수업이 있었다. 합창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지만 관심을 가진 주민들이 참여했다. 전·후반기로 나눠 같은 해 11월까지 진행된 수업은 수강생들에게 쉽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해줬다.

프로그램 과정이 끝날 무렵 수강생들 사이에서 "여기서 그냥 관두기엔 아쉽다. 좀 더 공부해서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황명애(66)씨가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남철 군수에게 수강생들의 생각을 알렸다. "젊은이들이 고령을 떠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문화적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것이며, 우리가 합창단을 만들면 젊은이들의 '탈(脫)고령'을 막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군수는 이 같은 수강생들의 뜻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지원을 약속했다. 비공식적이지만 지자체로부터 지원을 받는 전국 최초의 면 단위 합창단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40~60대 연령의 단원 30여 명이 모였다. 남성 단원도 예닐곱명쯤 됐다. 무에서 유를 만들자는 의미로 합창단 이름을 '다산미라클'이라 지었다. 황명애씨가 단장을 맡았다. 전문 지휘자도 초빙했다. 단원들은 각자 자신들의 역량에 부합하는 파트를 맡았다. 하지만 독창과 달리 여럿이 합을 맞춘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고통의 강행군이 이어졌다.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았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전국 최초 면 단위 합창단이라는 자부심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1년이 지났다. 합창단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고령문화원이라는 소속처도 생겼다. 이젠 창단 연주회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문제는 돈이다. 고령문화원에서 지원해 줬지만 경비를 충당하기엔 부족했다. 다산산업단지 업체의 후원을 받았다. 단원들도 자발적으로 주머니를 털었다.

'미라클!'

32명으로 구성된 다산미라클합창단이 마침내 오는 25일 대가야문화누리 우륵홀에서 창단 연주회를 갖는다. '기적을 꿈꾸며 노래하다'라는 주제로 진행될 이번 창단 연주회는 지역민과 관객을 위해 노래로 기적을 선사해 주고 싶은 단원들의 마음을 담을 예정이다.

'모두가 함께하는 합창단' '모두가 행복한 합창단' '지역민과 함께하는 합창단'을 표방하는 다산미라클합창단은 창단연주회를 시작으로 지역민에게 한 발 더 다가갈 생각이다. 문화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소외계층을 찾아가는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황 단장은 "음악 문외한들이 모여 만든 합창단이지만 우리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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