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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법정동. 영남일보DB |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사칭해 금품을 갈취하려고 한 50대가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 불릴 정도로 지지세가 강한 대구에서 김 여사의 비서실장을 사칭해 금품을 뜯어내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다.
대구지법 형사6단독 문채영 판사는 사기, 사기미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6)씨에게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범행에 가담한 B(58)씨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B씨와 짜고 지난 1월 13일 대구 동구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당원 C씨에게 자신을 김 여사의 비서실장으로 소개한 뒤 "김 여사 경호실의 5급 비서관으로 채용되게 해줄테니 이력서를 제출하라"고 속였다.
이후 A씨는 C씨에게 수 차례 전화를 걸어 "김 여사가 이력서를 보고 흡족해하셨는데, 비서실 직원이 53명이다. 설에 30만원씩은 줘야 하니 1천 500만원을 주면 김 여사에게 잘 전달하겠다"며 금품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는 C씨를 비서관으로 채용되게 할 능력도 의사도 없었다. 가로챈 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김 여사와의 친분을 미끼로 돈을 벌어보겠다던 A씨의 계획은 C씨의 신고로 미수에 그쳤다. A씨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후 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A씨는 또 전직 대구시의회 의장을 속이겠다는 '간 큰 계획'도 세웠다. 지난해 12월 김 여사의 경호실장을 사칭하며 전직 시의회 의장에게 "김 여사를 보좌할 위원을 찾고 있는데, 추천해주겠다"면서 경호실 직원 명절 선물 명목으로 300만원을 요구한 혐의도 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3월 골프장 사업 투자를 미끼로 지인에게 3천5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과거에도 유명인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사기행각을 벌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문 판사는 "A씨는 동종 사기죄로 누범 기간 중임에도 불구하고 재차 범행을 저지르고 비서실장을 사칭하며 부청 청탁의 목적으로 돈을 가로채려 한 점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또한 B씨와 공모한 사실이 인정되는데도, 부인하며 범행 은폐를 돕고 있다. 다만, 일부 범행은 미수에 그친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B씨에 대해서는 "A씨의 김 여사 비서실장 사칭을 묵인하고, 범행을 부인하며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나, 초범이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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