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국민의힘과 이준석 신당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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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30 06:45  |  수정 2023-11-30 06:57  |  발행일 2023-11-30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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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주말, 친분이 있는 10여 명의 지인들과 모임을 가졌다. 필자의 직업 특성상 자연스럽게 정치 이야기로 흘러갔다. 지인 중 몇몇은 '입당하기 좋은 날'이라는 당시 이준석 전 대표의 SNS 글 한 줄에 지금까지 국민의힘에 당비를 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탈당하기 좋은 날'이라는 이 전 대표의 글을 기다린다고 했다. 그러면 즉각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이준석 신당에 입당하겠다는 것이다. 왜 이준석 신당을 기대하냐고 물었다. 그들은 "지금 정치권을 봐라. 여당 주류는 혁신위원회의 '희생론'에 꽁무니 빼기 바쁘고, 야당은 예전 노무현 정신이 사라진 지 오래고, 이미 사당화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성 정치로는 안된다. 국민이 불쌍하다"며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고, 그래서 이준석 신당을 기대한다"라고 했다. 깜짝 놀랐다. 20·30세대라면 몰라도 필자의 지인들은 50대 중반으로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경북(TK)에서 초·중·고·대학을 졸업한 평범한 직장인이다.

필자는 희망에 가득 찬 지인들을 실망시킬 수 없어 "이준석 신당이 성공하더라도 기존 정치권과 큰 차이를 보이지는 못할 것"이란 말을 하지 못했다. 이준석 신당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정치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상당수 국민도 필자의 지인과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한다.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보다는 자당을 위한 정치에 골몰하고 있으니, 바보가 아니고서야 곱게 보일 리가 없다. 더욱이 국민이 낸 세금으로 의정활동을 하면서도 국가나 지역 발전을 위한 노력보다는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정치인들을 보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의힘의 본산인 TK 정치권도 걱정이다. 최근 지역 의원들을 만나 이준석 신당에 대해 물었다. 한결같이 이준석 신당은 현실성이 없고, 설사 창당하더라도 찻잔 속 태풍도 되지 못할 것이라고 혹평했다. '필패'라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또 이 전 대표는 신당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 결국 국민의힘에 남을 수밖에 없다는 말도 했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보수의 심장을 자부하는 TK 정치권 입장에서도 다행일 것이다. 국민의힘도 이준석 신당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신당 창당을 너무 무시하고, 쉽게 본다는 걱정은 지울 수 없다.

정치 평론가들은 이준석 신당에 유승민 전 의원까지 합류한다면 예상외의 선전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대구 동성로 야외무대와 김광석 거리 등에서 청년·중도층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한다면 분위기는 급반전될 수 있다. 유 전 의원도 수도권에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면 1996년 제 15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재현될 수 있다. 당시 자민련은 반 김영삼(YS) 정서와 김종필(JP) 총재의 충청 지역주의를 무기 삼아 충청에서 24석, TK에서 10석을 쓸어 담았다. 국민의힘, 특히 TK 정치권은 이준석 신당을 안일하게 대처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은 지금보다 나은, 발전하는 정치를 기대한다. 내가 낸 세금이 정말 필요한 곳에 사용되고, 나와 내 자식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간절히 원하기 때문이다. 이준석 신당이든 국민의힘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어느 당이어도 좋다. 국민의 기대를 현실로 옮길 수 있는 정치인들이 당선되길 바라본다.
임 호 서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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