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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학 영남대 교수 |
2017년 영국과 캐나다의 주도로 새로운 기후변화 완화를 목표로 하는 조직이 발족했다. 탈석탄동맹(Powering Past Coal Alliance(PPCA))으로 명명된 이 조직은 탄소배출의 가장 큰 주범으로 알려진 석탄화력발전소를 퇴출하자는 운동을 주요 활동으로 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2030년까지, 나머지 국가들은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 조직에는 세계의 중앙정부 혹은 지방정부 및 금융, 전력기업이 가입할 수 있는데 현재 중앙정부는 59개의 국가가, 그리고 지방정부를 포함하면 171개 국가가 가입해 있다. 현재 영국의 줄리아 스코룹스카라는 여성 사무총장이 주도하고 있다. 그녀는 2023년 12월6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 나와 "지구온도 상승을 파리협약에서 약속한 1.5℃ 이내로 제한하려면 석탄의 80%를 소비하는 아시아의 탈석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석탄의 화력발전은 이산화탄소를 다량 내뿜을 뿐 아니라 미세먼지의 주범이기도 하다. 시민들의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과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산정된다. 또 석탄에 의존하는 몇몇 나라의 경제가 일찍 탈석탄을 이루어내는 나라에 비해 크게 후퇴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세계 소비자는 100% 청정에너지로 만들어진 제품을 찾기 시작하여 시장 재편의 움직임에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실제로 2023년 12월2일 석탄 발전 설비용량이 전 세계 3위인 미국을 비롯한 7개 국가가 탈석탄동맹에 합류하였고 대표적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 등도 참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OECD 38개국의 회원국 중 탈석탄동맹에 합류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터키 등 4개국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최근 2030년 개최될 World EXPO 2030의 개최지가 2023년 11월28일 발표되었다. 그 결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가 119표, 한국의 부산이 29표, 이탈리아 로마가 17표로 발표되었다. 정부는 재계와 연예인 등 전 세계에 잘 알려진 한류를 앞세워 '준비된 도시 부산'을 내세웠고, 선정되지 않더라도 박빙의 승부라고 예측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매우 처참하게 빗나갔다. 다른 나라들의 지지를 전혀 받지 못한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이러한 지지는 평소 그 나라의 국제사회에 대한 모범적 행위와 각 국가를 대표하는 투표인단의 마음을 사로잡는 설득 및 감동이 있는 유세와 당일의 Presentation(발표)이 어우러져 표를 얻어 와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적 관심사에 있어서 옳은 일을 하고 약자를 도우며 전 세계적 관심사의 올바른 방향으로의 해결에 누구보다 앞장서는 자세가 필요했던 것 같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생산 국가이다. 그러나 이들은 기후 변화 완화를 위해 과감히 화석연료를 줄이고 엑스포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전체를 신재생에너지로 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우연히도 며칠 후에 28차 COP가 그 이웃인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렸고, 여기에서 채택된 최종 합의문에 '석탄의 퇴출과 화석연료의 감축'의 내용을 실었다. 이러한 중동 국가들의 노력이 EXPO 2030의 유치전에서 적지 않게 좋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또한 투표권이 있는 각 국가의 대표들에게, '한국은 OECD 국가이면서도 기어이 석탄을 원료로 하는 화력발전을 그만두지 않는 나라'라고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정재학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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