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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논픽션 작가인 이시이 고타는 '스위트 홈'에서 현장 취재와 사건 관련 주변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동학대 사건을 깊이있게 들여다본다.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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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이 고타 지음/양지연 옮김/후마니타스/344쪽/1만9천원 |
아동학대 사건은 언론에 보도되며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는다. 특히 아동학대로 인해 아이가 사망한 사건을 접하면 많은 이들이 분개한다. 이때마다 사람들은 '악마 같은 부모'를 손가락질하고, 행정당국의 허술한 조치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그러나 재판이 진행되고 모든 일이 마무리된 후에는 관심은 사라진다.
아동 학대 현장의 깊숙한 이야기를 일본의 논픽션 작가인 이시이 고타가 면밀하게 취재해 썼다. 그는 이번 책에서 젊은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가족 안에서 '부모가 자식을 죽인' 3가지 사건을 들여다본다. 책에서 다룬 사건은 아쓰기시 유아 아사 백골화 사건, 시모다시 영아 연속 살해 사건, 아다치구 토끼우리 감금 학대 치사 사건이다.
저자는 집, 학교, 거리 등 가해자가 살았던 공간으로 직접 찾아간다. 그는 가해자들이 어린 시절 보았을 풍경, 들었을 말을 직접 취재한다. 가족과 주변 인물도 다각도로 인터뷰한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기 어려운 사건의 상황과 대물림되는 학대를 목격한다. 저자는 시모다시 영아 연속 살해 사건이 일어난 마을의 번화가를 걷다가 기시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아쓰기시 유아 아사 백골화 사건'의 무대였던 모토아쓰기, '아다치구 토끼우리 감금 학대 치사 사건'의 무대가 되는 다케노즈카, 세 곳의 분위기가 마치 한 마을인 양 닮아 있었다.
학대로 자신의 자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세 사건의 부모들이 법정에 섰을 때와 저자를 만났을 때 공통으로 한 말이 있다. "사랑했지만 죽이고 말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대부분의 부모는 유소년기의 경험에 비추어 제 자식을 사랑하고, 기르고, 필요에 따라서는 주위에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사건 당사자들은 그렇지 않았다"라며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왔고, 가족이 무엇인지 사랑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육아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했다.
어쩌면 저자가 다루는 가해자의 이야기는 이들이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옹호론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사건 전후 가해자인 부모들이 처한 상황을 꼼꼼하게 취재해 균형감 있게 글로 옮겼다. 그들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어떤 변화를 겪었고, 그 변화를 겪은 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사이에는 개인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어떤 사회 구조도 조금씩 드러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저렇게 행동했다'라고 단정 짓진 않는다. 저자는 그 판단을 독자에게 맡긴다.
"가해자 부모든 희생된 아이든 그들이 '사건'이라는 결말에 이른 데에는 자신들의 힘만으로 도저히 어찌하지 못할 환경이 공통적으로 있었다. 물론 똑같은 상황의 부모와 아이가 모두 최악의 사태로 치닫는 것은 아니다. 어떤 계기로 전혀 다른 운명의 문이 열리기도 한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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