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포항시의회, 청렴도 회복으로 오명 벗어야

  •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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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08 07:46  |  수정 2024-01-08 07:46  |  발행일 2024-01-08 제9면

전준혁
전준혁기자

경북 포항시의회가 새해부터 참담한 소식을 접했다. 지난 4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에서 꼴찌인 5등급 성적표를 받았다. 기초시의회 중 전국 6곳이 5등급을 받았는데 경북에서는 포항시의회와 안동시의회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지역 일각에서는 5등급이라는 성적표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일련의 일만 보더라도 수긍이 간다. 지난달 포항시의회 윤리특위는 현직 A시의원에게 출석정지 20일의 징계를 내렸다. 그는 자신이 대표인 정비업체에서 포항시의 관용차량을 정비하게 했고 사적이해관계에 있는 소관 상임위에서 위원장까지 맡아 문제가 됐다. 이만이 아니다. 윤리특위가 심사를 진행하는 시기에 윤리특위 위원을 포함한 동료의원에게 과메기를 돌렸던 사실이 밝혀져 경북도선관위가 현재 조사를 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A시의원이 돌린 과메기 수와 회수된 과메기 수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며 사태는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해당 시의원은 "나쁜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동료 시의원의 말을 들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이를 문제 삼는 여성 시의원에게 "너 죽고 나 죽자"며 막말과 고성을 쏟아내고, "시의원으로서 뽑아먹을 때까지 뽑아먹겠다"며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닌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 일 말고도 논란이 됐던 사건이 더 있다. B시의원의 경우 평소 의회 직원들에게 소위 '갑질'을 하기로 유명한데, 이를 보다 못한 다른 동료 시의원들이 지난 회기에 '포항시의회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금지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했다. 의회 직원들은 B시의원이 거의 하인 부리듯 자신들을 대했다고 푸념한다.

음식물쓰레기처리시설 건립을 두고서도 서로 날을 세웠다. 해당 지역구 시의원이 반대 집회에 참석하자, 다른 시의원은 찬성 집회에 모습을 보여 이를 성토했다. 이 문제를 두고 전체긴급회의도 소집했지만, 남구와 북구가 갈려 오히려 서로의 반목만 확인했다.

지난달 예결특위를 구성할 당시 원래 참여하기로 했던 초선의원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참석을 거부했던 일화도 있다. 일부를 제외하고 예정대로 꾸려지긴 했으나, 음식물쓰레기처리시설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의장을 보이콧하고자 국회의원의 특명을 받은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렇듯 싸움에만 몰두하는 의원들의 행태를 두고 '의장 리더십 부재' '현 국회의원과 포항시장의 대리전' 등 확인 안 된 분석만 이어진다.

용은 동쪽을 상징한다고 한다. 청룡의 해를 맞아 한반도 최동단 포항의 시의회가 푸르름(靑)에만 그치지 않고 맑은(淸)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준혁기자〈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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