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의 화가' 이배 작가, 모교 모계중·고에 3억

  •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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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6 08:18  |  수정 2024-01-26 08:16  |  발행일 2024-01-26 제23면
中 미술교사의 지원으로 꿈 키워
문곤이배장학회 설립해 장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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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가운데) 작가가 지난 23일 자신의 모교인 모계중·고등학교에 장학금 3억원을 기탁하고 있다. <모계중·고 제공>

한국 현대 미술의 거장인 이배 작가가 지난 23일 자신의 모교인 경북 청도 모계중·고등학교에 장학금 3억원을 기탁했다.

모계중 23회 졸업생인 이배 작가는 '숯의 화가'라고 불리며, 독창적인 화풍과 정체성의 단색화가 특징적이다. 특히, 프랑스 문화예술훈장(기사장)을 아시아인 최초로 수훈 받고 파리, 뉴욕, 도쿄 등 세계 곳곳에서 개인전 전시회를 여는 등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그가 작가로서 사랑받게 된 출발점에는 한 선생님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있었다. 중학생 시절 이배 작가는 미술 교사였던 고(故) 문곤 선생님에게 재능을 인정받으며 화가의 꿈을 키우게 됐다. 집안의 반대로 화가의 꿈을 포기할 뻔한 제자를 위해 선생님은 직접 부모님을 설득해 꿈을 계속 키우도록 지지했다. 또한 어려운 형편으로 대학 진학에 어려움을 겪는 제자를 위해 물질적으로 지원하는 등 사랑을 베풀었다.

이배 작가는 선생님께 받은 사랑을 잊지 않고 다시 후배들에게 베풀고 있다. 2014년 모교에서 특별 강연을 진행해 후배들을 격려했고, 2019년에도 작품 6점을 기증하는 등 모교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주었다. '신체의 기억'이라는 제목의 작품 6점은 작가 자신의 기질과 개성을 결정하게 된 고향 땅 청도의 기억을 담고 있으며 학교 갤러리에 전시돼 학생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학교는 이배 작가가 쾌척한 장학금 3억원을 기반으로 문곤이배장학회를 설립하기로 했다. 당초 이배 작가 측에서는 문곤 선생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문곤장학회로 명명하기를 바랐으나 학교 측의 설득으로 문곤이배장학회로 발족하게 됐다. 장학회는 학교의 발전기금계좌와 분리된 별도의 계좌로 운영하며, 매년 2천만원 이내에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또 이배 작가의 뜻에 따라 미술학도를 위한 별도의 장학금도 마련했다.

이배 작가는 약정식을 위해 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충분한 지원을 하기에는 미미한 금액이지만 필요한 곳에 쓰이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세상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서 잊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고향을 방문해 귀한 시간을 가지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도 된 것 같아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모계중·고등학교 장석재 교장은 "모교를 잊지 않고 큰 사랑을 베풀어 주셔서 작가님께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우리 학생들이 작가님의 사랑을 기억하고 성장해 또 다시 베푸는 선순환이 일어나길 바라며, 작가님의 작품 활동도 형통하길 기원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박성우기자 parks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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