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대구경북통합특별시장의 자격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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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2-20 06:00  |  발행일 2026-02-20
대구경북통합특별시 출범 가시화
균형발전 기대와 변화 두려움 공존
초대 통합특별시장 후보군 윤곽
통합은 지역 미래세대 위한 선택
첫길 잘 닦을 적임자가 선출되길
노진실 사회1팀장

노진실 사회1팀장

지구 멸망을 다룬 영화를 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장면들이 있다. 행성 충돌이든, 자연재해든, 전쟁이든,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어떤 강력한 이유로 인해 기존의 세계가 무너지고 대혼란과 어둠이 찾아온다. 그런데 인류는 어떻게든 살길을 찾고, 누군가는 노약자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며 폐허 속에서 끝까지 인간성을 지켜낸다. 마지막엔 한줄기 희망이 반짝이고, 그걸 바라보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을 비춘다. 이제 새 세상은 그 아이들의 것이라는 걸 암시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끝은 새로운 시작의 다른 이름이다.


뻔한 클리셰의 반복 같지만, 그 원형적인 스토리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변혁기의 인간들에 관한 가장 상식적인 이야기 전개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우리는 '행정통합'이라는 대변혁을 앞두고 있다. 행정통합을 위한 특별법안이 사실상 8부 능선을 넘으면서, 7월 대구경북통합특별시 출범이 가시화된 것이다.


세부 내용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는 남아 있지만, 행정통합이라는 결단이 내려지게 된 배경과 명분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듯 하다. 현재 시스템에 변화를 줘 공고화된 수도권 일극체제를 무너트리기 위한 선택이라는 것 말이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이 불공정한 게임판을 뒤집어 '카드를 새로 섞을' 타이밍이 온 것이다.


대한민국 행정지도가 바뀌는 일이니, 그에 따른 크고 작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적잖은 불편도 뒤따를 수 있다. 기자 역시 10년이 넘도록 균형발전이나 지방분권에 대한 기사를 쓰며 수차례 새로운 지도를 그려봤지만, 그래도 '가보지 않은 길'은 두렵다. 기대와 두려움은 한 몸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 중에 '소통령'(小統領)과 관련된 것이 있다. 통합 단체장에게 기존과 비교할 수 없는 막강한 권한이 부여되는 것에 대한 걱정이다. 그 걱정이 지역민의 집단지성을 외면한 선민의식에서 비롯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일견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과거 편법적으로 권한을 남용해 온 일부 지방 권력의 그림자다. 결국 '완장'을 누가 차느냐가 문제다.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를 거치면 초대 대구경북통합특별시장이 탄생한다. 특별시장을 꿈꾸는 많은 후보들의 경쟁이 본격화됐다.


행정통합이라는 큰 변수 속에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는 그 구도를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 누가 대구경북통합특별시를 이끌 초대 시장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후보들은 이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당신들을 바라보는 우려와 불안의 시선이 무척 크다는 것을 말이다.


여야에서 이름이 거론되는 여러 후보 중 한 명이 최종적으로 대구경북통합특별시장이 될 것이다.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 '막강한 권력'이 아닌 '막중한 책임'이라고 느낄 사람, 특별시 출범 초반의 혼란을 추스르고 지역민을 화합으로 이끌 수 있는 사람, 대구경북 공동 현안을 추진할 만한 경험치와 능력이 있는 사람이 최소한의 자격을 갖췄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정치인들이 '자기 객관화'를 하기는 정말 힘든 일이겠지만, 제 그릇이 특별시장의 그릇이 안된다고 판단한 이들은 스스로 후보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선택한 이 길은 미래의 대구경북을 살아갈 어린 세대를 위한 길이다. 그 첫 길을 잘 닦을 적임자가 통합특별시의 수장으로 선출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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