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일 칼럼] 주식·펀드 투자하지 마라-당신은 최종 소비자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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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9 07:06  |  수정 2024-02-01 15:14  |  발행일 202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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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일 논설실장

A씨는 18년 전인 2006년 은행 지점에서 일본 펀드에 가입했다. 그는 증권회사 경력도 있어 투자에 문외한은 아니다. 당시 일본 주가지수 니케이225는 1만7천 선 전후. 1989년 최고점 3만9천을 감안하면 이미 추락한 시절이었다. 은행 창구직원도 그랬지만 A씨도 일본의 버블경제로 인한 잃어버린 20년이 끝날 기대감을 가졌다. 웬 걸. 일본 주가는 그뒤 지하실로 추락했다. 1만 포인트도 깨졌다. 펀드는 반토막. 분통은 그 다음이다. 2010년부터 니케이는 기지개를 켜며 2만선으로 올라섰지만 A씨 펀드는 계속 마이너스였다. 환헤지가 꺼꾸로 됐다는 말이 들렸다. 일본 주식이 지난해부터 불을 당기면서 손실은 만회됐다. 의아한 점은 지수는 100% 이상 올랐는데, 수익률은 18년동안 10%대이다. 무슨 이런 펀드가 있나 싶다. A씨는 필자다.

 

 

홍콩 H지수, ELS 사태
반토막에 투자자 절망
주식·펀드 숱한 리스크
장기투자, 함정도 덩달아
주가에 '영원 질주'는 없어

 


홍콩증시의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이 박살나고 있다. ELS는 특정 국가 단위 종합주가지수가 1년, 2년, 3년내 대략 15%, 30%, 60% 떨어지지 않으면 연간 6~7% 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개념은 간단하나, 설계는 복잡한 파생상품이다. 성공확률은 95%라고도 한다. 3년전 1만~1만2천선이던 H지수는 5천대로 추락했다. 50% 이상 반토막 마이너스 손실이 확정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2천억원 이상 손실로 청산됐다. 이 상품은 약정상 더 기다릴 수 없다. H지수 ELS 판매잔고는 19조원이다. 자칫 10조원 가량 날아갈 판이다. 총선을 앞두고 증시 부양책을 쏟으며 표심을 당기려던 정부여당으로 보면 악재를 만났다. 노년층에게 투자를 유혹한 은행측 책임을 묻겠다고 금융당국은 어름장을 놓고 있다. 투자자들은 집단시위에 나섰다.


'매그니피센트7'은 미국 증시의 빅테크 기업들이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메타가 포함돼 있다. 하락을 모르고 질주하고 있다. 속칭 '서학개미'란 국내투자자들은 열광한다.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채권 투자액은 무려 178조원. 2011년 대비 180배 늘었다. 매그니피센트는 영원할까? 주가에 영원은 없다. 미국의 다우나 나스닥 지수도 현 시점에 살아 있는 기업들의 평가지수다. 부도와 부실로 명단에서 빠진 기업들이 부지기수였다. 한국이든 홍콩이든 미국이든 내 인생 끝까지 질주한 주식은 몇 안된다. 기업은 탄생하면 만개한 뒤 사그라든다. 인간 일생과 비슷하다. '테슬라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주식이나 펀드를 오래 들고 있으면 성공 확률이 높다고 한다. 장기투자다. 그럴까. 오래 보유하면 대형악재를 만날 확률도 함께 높아진다. 시간의 축적은 언젠가 지뢰를 밟게 한다. 어느날 부도기업이 내 종목에 들어가 있다. 깡통계좌다.


자본주의의 꽃인 주식시장은 매력적이다. 중독성이랄까. 낮게 사서 높은 포인트에 판다면 고수익이다. 대신 숱한 함정의 리스크가 있다. '최종 소비자'란 말을 아는가. 내가 산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 최꼭지점에서도 더 오르길 믿는 소비자가 있어야 성립하는 시장이다. 기업은 생물이고 경제는 복잡하다. 세계경제는 말할 것도 없다. 원유, 에너지, 전쟁, 자원고갈,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란 엄청난 변수를 안고 있다. 그걸 즐길 수 있다면 투자하라. 아니면 웬만해선 투자하지 않는 것이 좋을 지도 모른다. 은행 금리가 차라리 낫다. 주식과 펀드도 결국 금리에 수렴한다는 말도 있다. 장하준 교수가 그랬던가, 경제학은 더 이상 과학적이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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