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대구 '달성군'이라 쓰고, '영어교육 1번지'로 읽는다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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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07 06:58  |  수정 2024-02-07 06:59  |  발행일 2024-02-07 제26면
조선 놀라게 한 함장의 글씨
김대건 영어 번역 희망 안겨
고종 최초 영어 학교 개설해
달성군 혁신적인 영어 교육
전문성과 효과적 교육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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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사회부 차장

1816년 영국 맥스웰 함장의 글씨가 최초 영어 접촉이다. 당시 조선에는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전무했고, 결국 그를 돌려보냈다. 이보다 앞선 1797년 영국 해군 브로턴 프로비던스호가 조선에 상륙했다. 당시 알파벳을 처음 접한 조선 한 관리는 조정에 "붓을 줘 쓰게 했더니 모양새가 구름과 산과 같은 그림을 그려 알 수 없었습니다"라고 망연자실했다. 헌종(조선) 12년(1846년),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조선에서 선교 활동 중 체포됐다. 마카오에 유학하며 가톨릭 사제로 교육받은 그는 라틴어·중국어·프랑스어·스페인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었고, 영어도 가능했다. 입말로 구사했다는 기록은 없지만, 적어도 영어를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영국산 세계 지도 1장을 번역했단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조선 일부 관료들은 김대건을 대단한 인재라고 판단해 활용하고자 했다. 허나 여러 사정이 겹친 끝에 결국 사형에 처해지면서 물거품이 됐다. 36년 후, 고종(대한제국)이 미국과 수교를 결정했을 때도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 후 영어는 고종의 관심에 따라 후원을 받기 시작했다. 1885년 조선에는 최초 관립영어 학교인 '육영공원'이 설립됐다. 미국에서 유능한 교사를 초빙해 가르쳤다고 한다. 이내 조선에는 영어 열풍이 몰아쳤다. 고종 황제는 육영공원으로 행차해 영어시험을 감독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황태자에게도 개인 선생을 붙여 영어 과외를 시킬 정도였다.

현재도 영어교육은 부모 마음을 무겁게 하는 걱정거리 중 하나다. 더 나은 영어교육 환경을 찾아 도심과 국외로 떠나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저출생과 지역 인구감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영어교육에 대해 대다수 지자체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하지만 대구 달성군은 과감하고 실용적인 영어교육 사업으로 타 지자체의 선례가 되고 있다. 군은 지난해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어린이집 영어 교사 전담배치 사업을 시작했다. 지역 영유아들이 재미있게 영어를 배우고 다양한 외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한 활동이다. 단순한 주입식 교육이 아닌 놀이 및 어린이집 행사와 연계한 흥미로운 학습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사업은 시행 첫해부터 학부모들로부터 인기를 얻었다. 올해는 172개 어린이집 4천2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원어민과 함께하는 영어 캠프와 국외 캠프를 여는 등 지역 학생들에게 영어 공부를 시켰다.

영어교육 사업은 달성교육재단이 직접 담당해 전문성을 더했다. 달성교육재단은 기존 달성장학재단에 교육, 진로 진학, 도서관 업무를 더해 지난해 새롭게 출범한 기관이다. 입시상담과 진로 진학 컨설팅 등을 체계적으로 이끌며 지역 청소년 고등교육과 대입에도 든든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데 충분해 보인다. 영어는 교육 현장에선 '누가,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인 대부분이 초·중·고교에서 10년 넘게 영어를 배우지만 영어로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입시 영어' 위주로 단어와 문법을 외우고 어려운 지문을 해석하는 데만 집중한 탓이다. 수준이 천차만별인 아이들을 한자리에서 가르치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렇다 보니 중간에 포기하거나 필요할 때 다시 학원에 다녀야 한다. 현재 달성군은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는 교육이라는 점을 너무나 잘 숙지하고 있다. 그래서 맞춤형 교육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시대에 맞는 올바른 군정 방향이라고 본다.
강승규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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