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학년도에 한해 각 대학이 의대 증원 인원의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신입생 모집을 하도록 허용했지만 의료계는 의대 증원 백지화를 주장하면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
계명대 동산병원과 대구가톨릭대병원이 진료 시간 단축 행렬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선 교수들은 전공의 집단행동 장기화에 따른 피로 누적으로 불가피한 조치라고 호소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달 말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이 확정되는 시점을 앞두고 대정부 공세 강화책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전의비)는 이날 오후 온라인으로 총회를 열어 일주일에 하루를 정해 교수들이 외래진료와 수술을 모두 중단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전의비에 참여한 대구권 의대는 계명대와 대구가톨릭대 2곳이다. 계명의대 비대위는 전체 의료진 245명 가운데 100명 이상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산병원 일부 과는 지난 13일부터 토요일 진료를 하지 않고 있다.
앞서 전의비에 참여해왔던 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비대위는 이번 주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 진료를 휴진하기로 결정했다. 외래 진료와 수술은 원칙적으로 쉬고, 응급환자, 중증환자 진료·수술은 지속하기로 했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메워온 의대 교수들은 지난 1일부터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집중하고자 외래 진료와 수술을 대폭 조정했다. 하지만 두 달 넘게 병원 진료 전반의 업무를 도맡고 있어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태인 데다, 절대적인 인력 부족으로 물리적·체력적 한계에 직면했다는 입장이다.
전의비는 응급실·중환자실 인력은 남기겠다고 했지만, 셧다운이 현실화하면 대구지역 의료 현장의 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계명대 동산병원과 대구가톨릭대병원 관계자는 "아직 주 1회 수술·진료 중단 방침이 내려지지 않았다"며 "환자들이 불편 없이 진료를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들이 빠진 수련병원 내 의료공백을 메워 왔으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한계에 내몰린 상태다. 하지만 주 1회 셧다운이 거론되면서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낸 지 만 1개월이 경과하는 25일부터 무더기 사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와 맞물려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의대 교수들의 무더기 사직과 휴진은 대정부 압박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이 확정돼 실질적으로 정원을 조정하기 어려워지는 이달 말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의료계 안팎의 중론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5일 의대 교수 사직 효력이 발생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일부 교수들이 환자들에게 병원을 옮길 것을 안내하는 등 사직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기자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