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연등문화의 역사, 종교 초월한 등불…정치권력은 어떻게 도구화했나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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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17  |  수정 2024-05-17 08:21  |  발행일 2024-05-17 제17면
인도→중국→한국으로 이어진

수천년 연등회 역사 다각적 고찰

고문헌·그림 통해 입체적 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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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문화의 역사'는 인도와 중국, 한국으로 이어지는 등불의 문화사를 다룬 책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해마다 부처님 오신 날이면 거리마다 연등 물결이 넘실대고, 연등행렬에는 불자는 물론 종교와 국경을 초월해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 하지만 막상 연등회가 어떤 행사였는지, 언제 시작됐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가무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연등회는 어떻게 형성돼 전해져 왔을까.

이 책은 한국전통등연구원 오대혁 연구이사와 백창호 원장이 한국 연등회의 역사와 변천 과정을 자세히 밝히고, 인도·중국·한국으로 이어진 수천 년의 등불 역사를 종교·정치·민속·문학·예술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살피면서 연등문화의 고갱이를 드러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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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혁·백창호 지음 담앤북스/538쪽/3만6천원

책은 모두 5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불과 등불, 그리고 연등의 문화사'에서는 먼저 불과 등불, 연등의 의미를 짚고 연등문화의 역사 서술 방향을 밝힌다. 2장 '불교 연등의 기원과 인도'에서는 '빈자일등(貧者一燈)'으로 널리 알려진 난타 여인의 등불 공양과 등불을 밝힌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 등을 통해 불교에서 연등 공양이 갖는 의미를 밝힌다. 이어 인도 및 서역에서 행해졌던 연등회의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불교와 만나 종교적 의미를 획득하고 대승불교의 보살행을 상징하게 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3장 '중국의 연등문화'에서는 춘추전국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중국 등불의 역사를 개괄한다. 또 등불이 어떻게 정치권력과 연결되어 부침을 거듭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4장 '한국의 연등문화'에서는 우리 민족의 신화와 민속에서 '불'의 의미를 살피고 삼국-고려-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연등문화 변천 과정을 고찰한다. 또 한시와 가사 등 문학작품과 옛 그림에 나타나는 연등의 구체적 모습과 연등문화를 향유했던 이들의 감정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며 당대인들의 정서를 읽는다.

5장 '연등문화의 특징과 미래'에서는 연등문화의 통시적 흐름 속에서 등불 축제가 정치권력·민속·종교·예술·연희 등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변화를 거듭했는지를 살피고 연등문화의 발전적 미래를 전망한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연등의 역사와 변천뿐 아니라 연등을 바라보며 느꼈던 당대인들의 정서를 다양한 고문헌과 옛 그림을 통해 입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이면서 민속인 연등문화와 그러한 문화를 향유한 이들의 정서 세계까지 온전하게 드러낸 것이다.

연등문화는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까지 이어지면서 찬란하게 등불을 밝힌 적도 있고 꺼진 듯 보이던 때도 있었다. 그 화려함이 지나쳐 중국의 황실을 무너뜨리는 데 일조하기도 했고, 불교를 숭상하던 고려에서는 찬란히 빛났지만 억불 숭유의 조선에서는 민간에서 근근이 생명만 부지하기도 했다. 또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풍의 연등이 제작됐고 일본식으로 꽃을 바치는 행사로 변질하기도 했다.

저자들은 장구한 연등문화의 역사를 통해 "연등은 밤을 밝히는 도구를 뛰어넘어 우리 인류가 무엇을 도모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을 훌훌 벗어 버리고 소외된 곳을 밝게 비추고 지혜로써 지구와 인류를 구해 내야만 한다는 것을 연등은 오랜 세월 가르쳐 왔다"고 역설한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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