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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대구의 전문성악가들이 만든 최초의 전막오페라 '토스카'공연 장면. <대구시 제공> |
대구 음악의 기반을 만든 성악가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대구의 성악가들'전이 대구문화예술아카이브 열린수장고(대구예술발전소 3층)에서 오는 9월29일까지 열린다.
이 전시에선 대구시가 문화예술아카이브 사업으로 수집한 자료 중 일제강점기부터 오늘날까지 대구의 음악적 토대를 닦아온 성악가들과 관련된 자료 40여 점을 선보인다.
대구의 음악인들은 일찌감치 '최초'의 독창회, 한국인 '최초' 우승기록 등 다양한 '최초'를 기록했다. 1930년 미국 유학을 갔던 현제명과 추애경은 전미(全美) 음악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대구대남학교 출신 김문보는 한국인 최초 바리톤으로 대구에서 부인과 함께 최초로 부부음악회를 열었다. 성악가이자 작곡가 권태호는 대구에서 한국인 최초 독창회를 열었다. 전시에선 이들의 활동을 신문 기사와 사진, 팸플릿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전시에선 이들 다음 세대 음악인들의 활동도 확인할 수 있다. 바리톤 고(故) 이점희, 테너 김금환, 김원경, 홍춘선, 소프라노 한은재와 현재까지 지역 음악계를 지키고 있는 바리톤 남세진, 소프라노 박말순, 김귀자 등 원로음악인들은 1970~80년대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했지만, 국립예술단체의 주역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전시에선 사진과 영상, 팸플릿, 신문 기사 등을 통해 이들의 젊은 시절부터 전성기까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남세진, 박말순, 김귀자의 구술 영상은 옛 음악 환경에 대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 최초로 고희(古稀) 기념 음악회를 연 바리톤 이점희의 '고희 기념 음악회' 영상과 작곡가 김진균 정년퇴임 기념 음악회 영상을 통해 대구 성악가들의 전성기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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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오페라 운동에 앞장섰고 1985년 국내 최초의 고희 기념 독창회를 연 성악가 이점희의 고희 기념 독창회 장면. <대구시 제공> |
대구의 전문 음악인들이 만든 최초의 오페라인 '토스카'(1973) 관련 기록도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대구오페라협회가 제작한 이 오페라는 김금환이 연출을 맡고 대구시립교향악단(지휘 이기홍), 이점희, 남세진, 이근화, 김찬기, 홍춘선, 박말순 등이 출연했다. 젊은 음악인들을 돕기 위해 현대미술가 이묘춘이 무대미술, 연극인 이필동이 무대감독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토스카 역으로 출연했던 소프라노 박말순은 힘들었던 제작 환경을 떠올리며 "당시 열정은 넘쳤지만, 공연 과정에 고생을 많이 해서 오페라가 아니라 '고(苦)페라'였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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