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나르시시즘의 고통, 정치인·아이돌 추종 팬덤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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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28  |  수정 2024-06-28 08:25  |  발행일 2024-06-28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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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졸데 카림 지음/신동화 옮김/민음사/269쪽/1만8천원

트럼프 시대 타자 혐오 분석으로 화제를 모은 '나와 타자들' 이후 철학자 이졸데 카림이 내놓은 신작. 저자는 폭군에게 자발적으로 지지를 보내거나 정치인 또는 아이돌을 마치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는 이유로 '나르시시즘'을 꼽는다.

'우리는 왜 경쟁적인 사회에 자발적으로 복종하는가'가 부제인 이 책에서 저자는 나르시시즘이 사회 지배 원리가 되는 과정을 놀라운 통찰력과 명쾌한 논리로 풀어낸다.

저자는 사람들이 대체로 주어진 상황에 동의하는 '자발성'에 의문을 가졌다. 현재 상태가 우리에게 이롭든 아니든, 설사 투덜댈지라도 대체로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인다는 것. 그가 이 책을 쓰기 시작할 무렵 발생한 코로나19는 이 질문을 또다시 떠올리게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의무 등의 조치에 대해 대부분이 따르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가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건 '나르시시즘'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은 '나는 지금의 나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명령에 사로잡혀 있다. 이 과정에서 '나'라는 존재는 끊임없이 고통을 받게 되고, 그 결과 타자들은 나의 성공을 인증할 '관객'이 된다. 실제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뜨거운 논란에는 '스타'가 있다. 스타의 추종자, 팬들은 그가 마치 자신의 구원을 위해 등장한 것처럼 그를 떠받든다. 팬덤은 스타의 사랑을 나눠 갖는 이들이 모이는 안전한 고치가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좋음-나쁨의 구별이란 '무엇이 나에게 좋은가'뿐 아니라 '내가 좋은 사람인가'도 의미한다. 나르시시즘적 '도덕'은 허락된 자기 긍정일 뿐 아니라 늘 불안정한 자기 정체성에 요구되는 강화"라고 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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