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악질 전세 사기 '징역 5년'…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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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7-25  |  수정 2024-07-25 06:58  |  발행일 2024-07-25 제23면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남은 삶은 고통 그 자체다. 반면 전세 사기범들은 '선처'에 가까운 처벌을 받는 일이 허다하다. 피해자 입장에서 얼마나 세상이 원망스러울까. 대구지법 형사1단독은 지난 23일 다세대주택 임차인(17가구)으로부터 보증금 15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보다 2년이 감형됐다. A씨 혐의가 악질인 것은 다세대주택을 지은 뒤 채무 담보를 위해 소유권을 신탁회사에 넘겨주고도 자신 소유인 것처럼 속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을 편취한 점이다. 게다가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이 같은 점에 비춰 재판부의 선고 형량은 선뜻 수긍하기 힘들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

무엇보다 가슴을 시리게 한 것은 이 사건 피해자 대부분이 20~30대 신혼부부와 청년층이라는 사실이다. 한창 미래를 꿈꿀 이들에게 "신탁이 돼 있어 더 안전하다"고 기망했으니 결코 용서받지 못할 죄다. 최근 정부가 인정한 전세 사기 피해 사례에서도 20~30대가 70%를 웃돌았다. 지난 5월 대구에서 전세 사기 피해를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이도 30대다. 여간 슬픈 일이 아니다.

"우리를 사지로 내몬 대가가 고작 징역 5년이라니…" 재판을 지켜본 피해자들의 한결같은 탄식이다. 그 심정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는다. 이들의 실질적 피해 회복을 위해선 하루빨리 전세 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전세 사기범엔 이유를 막론하고 무관용 엄벌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전세 사기는 미래 세대를 약탈하는 악질 범죄"라고 하지 않았는가. 최악의 민생 침해 범죄인 전세 사기를 뿌리 뽑기 위한 관계 당국과 정치권의 노력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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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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