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정부 책임 묻지 않은 포항지진 검찰수사

  • 마창성
  • |
  • 입력 2024-10-09  |  수정 2024-10-09 07:07  |  발행일 2024-10-09 제23면
[영남시론] 정부 책임 묻지 않은 포항지진 검찰수사인재(人災)로 밝혀진 포항지진의 책임을 가리는 검찰의 수사결과를 두고 논란이다. 포항지진은 118명의 사상자를 낸 데다,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연기시킬 정도로 큰 충격을 준 중대 사건이었다. 하지만 공소시효 7년(2024년 11월15일)을 불과 몇 달 앞두고 발표된 검찰의 수사결과는 시민들에게 상당한 허탈감과 함께 분노를 느끼게 했다. 검찰이 지열발전사업을 허가·관리한 정부 관계자들에게 어떠한 형태의 형사책임도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진 발생 6년 9개월 만에 나온 수사결과에 따르면 정부 관계자들은 모두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 때문에 '정부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결과를 내려고 수사가 더뎠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포항지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사업 주관사인 넥스지오 대표와 이사,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대학 연구책임자, 정부 출연기관 연구원 등 5명에 대해서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열발전사업 허가에 참여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책임자들은 모두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연구사업 주무 부처의 경우, 사업 주관기관이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자연지진인 것처럼 축소 보고한 내용을 그대로 믿은 것으로 확인돼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이 같은 내용의 수사결과는 감사원 감사는 물론, 정신적 피해가 컸다며 포항시민들이 제기한 민사소송(위자료 청구소송)의 1심 판결과는 사뭇 결이 다르다. 감사원은 2020년 4월 포항지진에 앞서 전조 격으로 3.1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유발지진 여부 확인과 지진위험도 분석 등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발표하면서 관계자들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 법원 역시 지난해 11월 포항시민들이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지열발전과 지진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뒤, 원고 1인당 200만~3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려 정부 책임론에 무게를 실었다.

이번 검찰수사 결과에서 주목받은 부분은 정부 관계자들의 책임론이었다. 검찰이 정부 관계자들에게 형사책임을 물었다면 정부 책임론(論)이 자연스레 불거지며 정부의 공식 사과와 일괄배상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을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포항시민 96%가 참여한 위자료 피해소송도 포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졌을 것이다. 또 정치권에서도 '포항지진특별법'을 개정, 일괄배상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커질 수 있었던 만큼 중요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정부 관계자들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았다. 사실상 정부 책임론에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는 최근 포항지진의 책임자 처벌이 미진하다며 검찰항고를 제기했다. 검찰항고는 고소인이나 고발인이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 관할 고검에 이의를 제기해 다시 판단을 요구하는 절차다. 범시민대책본부 측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정부 관계자에 대해 불기소 처분 이유를 밝히고 있으나 각종 진술과 사건의 전반적인 사정을 종합하면 증거가 충분한 만큼 재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은 공소기한 내에 정부 관계자에 대한 추가 기소 등 포항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수준의 수사를 이행하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번 수사 결과가 최근 항소심이 시작된 포항지진 위자료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책임론을 둘러싸고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

마창성 동부지역본부장
기자 이미지

마창성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