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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언 '밤새…서산동' |
"하얗게 덮인 눈이야말로 제 작품의 전부라 할 수 있습니다."
눈 내린 도심의 밤 풍경을 담는 김종언 작가의 개인전 '밤새…'展(전)이 내년 1월22일까지 갤러리동원 앞산점에서 열린다.
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전남 목포의 겨울밤 설경(雪景)을 품은 회화작품 22점 및 작품의 배경이 된 실제 장소를 촬영한 영상을 선보인다. 특히 김 작가의 진경(眞景) 풍경화는 현실을 충실히 담아내는 데 머무르지 않고, 한적한 풍경 속에 작가만의 깊은 감성을 녹여낸다. 사람의 흔적이 사라진 고요한 겨울밤의 눈 내리는 장면들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가 목포를 작품의 배경으로 삼는 것은 바닷가 달동네의 아늑한 풍경을 대면할 수 있는 까닭이다. 김 작가는 17년 전 그저 눈 내리는 풍경을 보기 위해 목포를 방문했다가 그 매력에 흠뻑 빠졌고, 작품 소재를 찾기 위해 지금까지도 목포를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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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작가는 "그동안 설경을 그리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 다니지 않은 곳이 없지만, 목포 주택가의 겨울 야경만큼 마음을 움직이는 곳이 드물었다. 눈 덮인 주택가 곳곳의 발자국과 빛의 흔적을 더듬노라면 나의 삶이 겹쳐져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설경의 조형적 표현보다는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작품과 함께 선보이는 6분가량의 영상은 현장의 느낌을 오롯이 작업실까지 이어지게 만드는 장치 중 하나다. 영상 속 카메라의 시선은 새벽의 골목길 구석까지 향하고 촬영에 나선 작가의 감정은 한껏 고조돼 있다.
설경에 대한 애정은 그의 생활 속에서도 가감 없이 드러난다. 눈 내린 풍경의 포착을 위해 사륜구동 차량만 고집한다. 그를 거쳐 간 차량 중 한 대는 무려 70만㎞의 주행거리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 작가는 "작업 중에도 도심 설경과 찬바람이 주는 느낌을 계속 생각하고 그 분위기에 젖으려 노력한다. 사람이 사는 곳에 내리는 눈이 나에게 주는 메시지는 다른 곳의 눈과 확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김영동 미술평론가는 "작가가 지금까지 제작한 풍경들은 철저한 답사의 산물이다. 그는 의도적인 변형을 피하고 사실성에 입각하려고 애쓴다"고 평했다.
손동환 동원화랑 대표는 김 작가의 작품에 대해 "마음을 아리게만 했던 지난날 정한(情恨)은 말없이, 소리 없이 내리는 그의 작품 속 눈송이를 통해 가슴 속 옹이를 쓰다듬고 안아준다"고 말했다. (053)423-1300 임훈기자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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