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모든 아름다움은 이미 때 묻은 것…엄마 - 작가 정체성 충돌 겪는 싱글맘 성장담

  •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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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1-03  |  수정 2025-01-03 08:41  |  발행일 2025-01-03 제19면
별거 후 13개월 아이 키우는 저자

경험·자기고백 숨김 없이 녹여내

감정 복잡하게 얽힌 '모성'에 공감

[신간] 모든 아름다움은 이미 때 묻은 것…엄마 - 작가 정체성 충돌 겪는 싱글맘 성장담
이 책은 여성이 육아 과정에서 겪는 곤경을 솔직하고 강렬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게티이미지뱅크〉
[신간] 모든 아름다움은 이미 때 묻은 것…엄마 - 작가 정체성 충돌 겪는 싱글맘 성장담
레슬리 제이미슨 지음/반비/1만8천원

모든 모성은 신성하고 아름다운가. 많은 사람이 모성을 쉽게 신화화하지만 동시에 평가절하한다. 모성이 있는 그대로 전해지기 어려운 경험인 탓이다. 또한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겪는 곤경은 한마디로 명쾌하게 설명될 수 없기도 하다. 이렇게 다양한 감정이 복잡하게 얽힌 모성을 보다 적확하게 표현한 책이 탄생했다.

존 디디온, 수전 손택을 잇는 지성적인 에세이스트로 자리매김한 레슬리 제이미슨이 신간 '모든 아름다움은 이미 때 묻은 것'을 출간했다. 세 권의 전작에서 고통에 관한 글쓰기와 윤리를 탐구하고, 특유의 통찰력으로 자신의 알코올 중독과 회복 경험을 세세하게 서술했다. 이번 신작에서 저자는 '모성'과 '싱글맘 되기'라는 자신의 경험을 숨김 없는 자기고백과 함께 구체적으로 녹여낸다.

책은 남편과 별거를 결정하고 13개월 난 아이와 함께 임대 원룸에 들어서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어지는 과정에서 '엄마'와 '작가'라는 강렬한 정체성의 충돌을 솔직하게 그려낸다. 저자는 아이에 대한 소유욕에 가까울 정도의 사랑을 가진 평범한 여성이다. 하지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욕망, 온전한 개인으로서 존재하고 싶은 욕망이 동시에 들기도 하다. 또한 양육이 예술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한 절박한 감정도 종이 위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책은 현대의 엄마인 여성이라면 공감할 법한 성장담이기도 하다. 엄마이자 작가인 저자는 강의를 하다가도 젖 먹일 시간이 되면 아이에게 달려가는 일상에서 오는 고단함을 기록한다. 두 역할을 동시에 한다는 건 두 배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고무 밴드에 매달려 반쪽짜리 정체성에 손을 뻗다 다른 쪽 밴드에 낚아채지는 일이라고 비유한다. 저자는 정체성 간의 충돌을 감각적으로 묘사해 모성으로 인해 처하는 곤경을 독자들이 온몸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그리고 작가이자 엄마, 더 나아가 비평가로서 예술을 새롭게 이해해 나가는 과정도 함께 그린다.

엄마, 저자, 비평가로 이어진 저자의 이야기는 결국 보편적인 삶과 연결된다. 양육과 나란히 전개되는 또 다른 이야기는 결혼 생활의 불화, 이혼 과정이다. 이혼한 부모 밑에서 성장한 저자는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흠 없는 가정과 관계, 인생에 대한 욕망을 스스로 응시한다. 실패한 결혼이 안겨줄 불충분한 가정을 아이에게 주게 되는 것은 아닐지 염려하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하지만 훼손 없는 완벽한 삶, 때 묻지 않은 아름다움은 존재하지 않음을 끝내 깨달으며 타협한 현실에 헌신해야 함을 서서히 받아들인다. 저자 개인의 경험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보편적인 교훈을 주며 막을 내린다. '완벽한 삶은 없다'는 모든 이들이 공감할 법한 이야기를 특유의 날카로운 글쓰기로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가져다 준다.

저자는 워싱턴 D.C.에서 태어나 로스앤젤레스, 아이오와, 니카라과, 뉴헤이븐을 거쳐 브루클린에 살고 있다. 하버드대에서 영문학과 문예창작을 공부한 뒤 예일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제빵사, 단기 사무직, 숙박업소 관리자, 개인교사, 의료배우로 일했다. 최근에는 콜럼비아대 예술학 석사과정에서 논픽션을 가르치고 있다. 지금까지 장편소설 '진 클로짓', 산문집 '공감 연습' '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 비평적 회고록 '리커버링' 등을 펴냈다.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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