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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기자 |
전화위복. 어떤 불행한 일이라도 행복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런 일은 끊임없는 노력과 강한 의지가 없다면 이뤄지지 않는다. 게다가 불행한 일을 겪은 주체가 타인이라면 더 많은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대구 남구에 77억원이 투입된 앞산해넘이캠핑장이 수년간 위법 논란으로 개장하지 못한 것은 주민들에게 불행이다. 이 캠핑장은 건축법을 다수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아 한 시민단체가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작년 11월 감사원은 캠핑장의 법 위반 사실을 지적하며 시정할 것을 통보했다. 이 때문에 2023년 5월 준공돼 개장할 준비를 다 마쳤음에도 주민들은 그간 아무런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이는 사업을 진행한 남구청에도 불행이다. 감사원 지적을 수용해 시정할 경우 시설물 철거 혹은 교체가 불가피한데, 예산을 들여 시설을 오히려 '다운그레이드'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남구청은 우선 개장 후 관련 법 개정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남구의회에서 "위법에 동조할 수 없다"며 예산을 삭감해 진행되지 않았다.
결국, 이 불행을 바꾸고자 남구청은 다른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해넘이캠핑장을 캠핑장이 아닌 '숲속 책 쉼터'로 용도를 바꿔 오는 6월 개장하겠다는 것. 숲속 책 쉼터는 작년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생겨나고 있는 시설이다. 주민 만족도 조사를 보면 반응이 나쁘지 않다. 게다가 앞산 인근에는 이미 '달서별빛캠핑장'이 운영 중인데, 숲속 책 쉼터는 현재 대구에 없는 시설로 '차별화'라는 메리트도 있다.
특히, 숲속 책 쉼터가 고려된 이유는 현재 지어진 시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서다. 개장 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수 있고, 시설 개선에 예산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계산이 작용했다고 남구청 측은 설명했다. 더는 사업이 '예산 낭비' '개장 지연'이라는 불행한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방향을 설정했다면 설득력을 확보할 단계다. 우선, 여태껏 캠핑장을 위해 지어진 시설이 '숲속 책 쉼터'로 용도가 변경됐을 때 생기는 부작용은 없는지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또 이 시설이 어떻게 대구 남구만의 콘텐츠로 만들어져 주민·외지인들의 발길을 이끌어 내고 지역 골목 경제·관광·문화 등과 연계할 수 있을지도 고민돼야 한다.
불행은 이미 벌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불행을 행복으로 만들 수 있고 또, 만들어 내야 하는 주체는 남구청이다. 앞산을 배경으로 한 '숲속 책 쉼터'가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에 따라 전화위복 여부는 판가름 날 것이다.
박영민기자〈사회1팀〉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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