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충남 아산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을 방문한 뒤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현장 고충 사항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조기대선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지만, 여야의 분위기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에선이재명 대표의 '경제' 행보를 비롯해 비명(비이재명)계와 주도권 싸움 등 사실상 대권 경쟁이 본격화 됐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 반대 목소리를 내는 당내 강성 지지층을 감안해 '조기대선'에 대한 언급이 금기시되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마치 대선 공약을 제시하듯 연일 주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 대표는 20일 충남 아산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을 찾아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로 인한 통상 위기 속에서 국내 산업 보호와 기업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기 대선을 겨냥해 경제 행보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특히 이 대표의 대기업 방문은 당 정체성이 중도·보수라는 자신의 발언 이후 당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연일 경제 성장과 친기업 면모를 내세우는 일정으로 중도·보수 공략에 속도를 낸 셈이다.
또 이 대표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만난 것을 비롯해 비명계와 연쇄 회동을 예고하며 당 통합행보에도 나서고 있다. 자신을 견제하고 있는 김 전 도지사를 비롯해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을 달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당내 경쟁이 과열된 양상을 보이자, 이 대표가 먼저 비명계에게 '화합'을 위해 손을 내밀었단 평가도 나왔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주제로 열린 전략기획특위 2차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신율 교수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를 비판만 할 뿐, 조기대선에 대한 본격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고 있는 당내외 강성지지층을 고려했을 때 조기대선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탄핵을 옹호하는 세력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국민의힘 내 잠룡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사실상 '개별 행동'으로 대권 행보를 대신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회에서 열린 개헌토론회에 참석해 화제를 모았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국회에서 열린 노동개혁 관련 토론회에서 대선에 대한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연일 방송 출연으로 언론 접촉을 늘리고 있고,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국회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 것도 이같은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들 모두 탄핵심판 결과가 우선이라며 조기대선엔 선을 그었다.
또 국민의힘은 여당인 점을 내세워 정부와 함께 당정협의로 정책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번주에만 AI 기술 패권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인프라 및 인적 투자 계획을 밝혔고, 대전 초등학생 사망 사건에 대한 후속 대책으로 전국 학교에 대한 긴급점검과 안전 조치 강화를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이 민주당 이 대표의 본격 대선행보와는 분명 구분된다는 평가다. 야권은 이미 대선 모드에 돌입하면서 차기 정부 비전을 제시하는 상황에서 '개별 행동'으로만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원이자 당 대표로 '선이 굵은 정책'을 내놓는 이 대표와 자치단체장이나 장관의 개별 행사 참석은 분명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선고 전까지는 국민의힘에선 당내외 분위기를 살펴 어정쩡한 상황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면서 “대구경북을 비롯해 탄핵 반대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여당의 대권 잠룡들은 개별 행동의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