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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희 문화팀장 |
연말 연초에 열리는 각종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의 진솔하고 울림 있는 수상 소감은 세월이 흘러도 계속 회자된다.
이번엔 데미 무어의 수상 소감이 긴 여운을 남겼다.
데미 무어는 지난 1월5일(현지 시각) 미국 LA에서 열린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서브스턴스'로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배우 경력 47년, 나이 예순셋에 생애 처음으로 받은 연기상이란다. 전설적인 영화 '사랑과 영혼'(1990)의 여주인공이 난생 처음 받는 연기상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녀에게 첫 연기상을 안긴 영화 '서브스턴스'에서 무어는 젊음과 아름다움을 갈구하다가 정체 모를 약물의 유혹에 넘어가는 한물간 여배우로 분했는데, 그녀의 실제 삶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부분도 있어 관객들에게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환갑이 넘은 할리우드 대스타 무어는 수상소감을 통해 첫 연기상이라고 울컥해 하면서 "30년 전 한 프로듀서가 제게 넌 '팝콘 여배우(가벼운 영화에만 출연하는 배우)'라고 말했어요. 저도 그런 줄로만 알고, 연기상은 감히 받을 수 없는 것으로 여겼어요. 흥행하는 영화에 출연할 수는 있지만 배우로서 인정받을 수는 없을 거라고 느꼈죠.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생각이 저를 갉아먹었고 몇 년 전에는 제 자신이 이게 끝인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다 '서브스턴스' 대본을 만났고 우주가 저에게 '넌 아직 끝나지 않았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서브스턴스'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하면서 소감을 마무리했다. "우리가 스스로를 충분히 똑똑하지 않다고, 혹은 충분히 예쁘지 않다고, 날씬하지 않다고, 성공하지 못했다고, 그냥 전부 다 충분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한 여성이 이런 말을 해줬어요. '당신이 완벽하다고 느낄 순간은 절대 안 와요. 하지만 그 비교의 잣대를 내려놓으면 당신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녀의 수상 소감은 짧지만 깊었다. 단순한 감사 인사를 넘어 화려할 것만 같은 할리우드 대스타의 인생과 고뇌가 담긴 진정한 고백이었으며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묵직한 깨우침을 담고 있었다.
나를 타인의 말로 규정해 버리며 나를 낮추는 것은 결국 나의 선택이라는 것과, 불완전한 인간인 당신을 타인의 시선과 잣대로 흔들지 말고 자신의 시선으로 성장해 가라는 인생 조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많이 의식하며 살아간다. 사회의 평균적 잣대, 주변 사람이 행하는 기준을 힐끔거리며 나를, 내 가족을 흔든다. 게다가 인간은 모두 불완전하고 완벽하지 않음에도, 보다 완벽한 부분을 지닌 타인의 잣대와 비교하면서 평온을 잃고 스스로를 불안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의 평가나 편견은 중요하지 않고 그것을 스스로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전부라는 점'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보게 했다.
인기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한석규가 날린 촌철살인의 멘트도 그녀의 메시지와 다르지 않다. "내가 비밀 하나 말해줘? 남의 시선이 나를 만들어가는 게 아니라 너의 시선이 너를 만들어가는 거야. 그러니까 너 자신을 좀 더 칭찬해 주고 따뜻하게 바라봐줘." 박주희 문화팀장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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