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르포] 대구 도심에 도입된 '금연벨'…실효성은 '글쎄'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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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03  |  수정 2025-03-04 07:49  |  발행일 2025-03-04 제8면
중구청, 동성로 2곳에 금연벨 설치

벨 누르면 음성멘트 송출, 개당 160만원

금연구역 알리고, 자발적 흡연 유도

"괜한 시비 휘말릴까 두려워"

음성멘트도 작아, 실효성 지적도
[Y르포] 대구 도심에 도입된 금연벨…실효성은 글쎄
3일 오전 대구 중구 금연거리 일원에 간접흡연 예방을 위한 '금연벨'이 설치돼 있다.

최근 간접흡연 피해를 막기위해 대구 도심에 설치된 '금연벨'을 두고, 시민들 사이에서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금연 문화 확산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자칫 흡연자와 시비로 번질 수 있어 이용자를 찾기 힘들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3일 대구 중구청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대구 중구 금연환경조성 및 간접흡연 피해방지 조례'에 따라 중구 동성로 2개소에 '금연벨'을 설치했다. 금연벨은 유동 인구가 많고, 간접흡연 관련 민원이 잦은 동성로 금연거리(CGV 대구한일~옛 중앙파출소 292m) 내 보안등 2개소에 각각 설치됐다. 금연벨 1개당 설치비는 160만 원이다.

금연벨은 금연 안내판과 벨로 구성됐다. 벨을 누르면 "이곳은 금연구역입니다. 흡연하시면 과태료가 부과되니, 흡연을 삼가시길 바랍니다"라는 음성멘트가 나온다. 해당 지역이 금연구역임을 알려 흡연자들의 자발적 흡연 중지를 유도하고, 비흡연자와의 갈등을 줄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중구청의 설명이다.

이날 동성로 금연거리에서 만난 다수 비흡연자들은 금연벨 도입에 대해 환영 의사를 표했다. 김지우(22·수성구)씨는 "동성로에 올 때마다 간접흡연 때문에 눈살을 찌푸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금연거리라는 이름이 무색할정도로 골목마다 흡연자들이 버린 담배꽁초가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다"며 "금연벨을 누르면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서라도 흡연을 멈출 것"이라고 했다.

다만, 흡연자를 발견해도 실제 금연벨을 누르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유진욱(20·달서구)씨는 "담배 연기로 불쾌감이 커도 막상 누를 용기는 나지 않는다. 눈치가 보인다"며 "차라리 흡연자들을 위해 흡연 부스를 만들거나, 과학적으로 접근해 담배 연기가 감지되면 저절로 벨소리가 울리는 방법을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거리 주변 소음으로 인해 안내방송이 잘 들리지 않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실제 금연벨이 설치된 1곳은 시끄러운 오락실 소음에 안내방송이 거의 들리지 않는 수준이었다. 다른 한 곳도 인근 상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안내방송이 파묻혔다. 정연석(44)씨는 "벨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벨을 누른다고 단속원이 출동하는 것도 아니고, 음성멘트 만으로 딱히 흡연자들이 흡연을 멈출 것 같지도 않다"며 "차라리 흡연 부스를 만드는 게 더 효과적일 것 같다"고 했다.

중구청은 향후 금연벨 설치지역에 대한 민원 감소 여부 및 효과성을 분석, 신규 민원 다발 지역에 금연벨 추가 설치를 검토할 방침이다. 중구청 측은 "주민들이 금연벨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홍보물을 배포할 예정"이라며 "다양한 금연정책을 발굴해 비흡연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흡연자의 금연 실천도 돕는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장태훈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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