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둔 대구 달성군 국공립어린이집 20대 여교사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 살리고 영면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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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21 09:28  |  수정 2025-03-21 11:34  |  발행일 2025-03-21
설 앞두고 쓰러져…지역 사회 추모 물결

꿈 키운 교사, 마지막 순간까지 나눔실천
결혼 앞둔 대구 달성군 국공립어린이집 20대 여교사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 살리고 영면

기증자 이슬비씨<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결혼을 1년 앞둔 20대 어린이집 교사가 뇌사 상태에서 장기 기증을 결심하며 다섯 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27일 영남대병원에서 이슬비(29)씨가 심장과 폐장, 간장, 양쪽 신장을 기증했다고 20일 밝혔다.

이씨는 설 하루 전날인 1월 28일, 원주에서 대구로 향하던 차 안에서 경련과 구토 등의 증세를 보여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가족들은 이 씨의 회복 가능성이 없다는 의료진의 진단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사랑하는 딸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선한 일을 하고 떠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대구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이씨는 밝고 쾌활한 성격으로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늘 따뜻한 기운을 전했다.

부모님 속을 한 번도 썩인 적 없는 착하고 성실한 딸이었다.

이씨는 내년 1월 남자친구(직업 군인) 결혼을 약속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을 좋아해 교사를 꿈꿨던 그는 대학에서 아동학을 전공한 뒤 어린이집 교사로 일했다.

졸업 후 한 번도 일을 쉰 적이 없을 정도로 성실했다.

결혼 앞둔 대구 달성군 국공립어린이집 20대 여교사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 살리고 영면

기증자 이슬비 씨 어머니가 쓴 편지<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그는 단순한 교사가 아니었다.

이씨는 대구 달성복지재단 산하 현풍행복어린이집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며(2024년 3월 1일~2025년 2월 28일) 하루하루 아이들에게 사랑을 가르쳤다.

작은 손을 잡아주고, 쓰러지면 일으켜 세우며, 밝은 미소로 아이들을 맞이하던 선생님이었다.

그의 교실은 언제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하지만 이제 그곳엔 그를 그리워하는 작은 발걸음들이 남았다.

그의 집은 달성군 화원읍에 있었다.

출퇴근길에도 아이들 생각이 먼저였던 그는 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며 늘 공부하고 준비하는 사람이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는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나누고 떠났다.

달성복지재단 산하 현풍행복어린이집 김효남 원장은 “이슬비 선생님은 어린이집에 딱 맞는 인재였다. 아이를 정말 좋아하고, 아이 케어도 잘했다. 늘 성실하고 방긋방실 웃으며 인성도 훌륭한 선생님이었다"고 회상했다.

어머니 권영숙씨는 딸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내 딸 슬비야, 넌 엄마 인생의 기쁨이고 최고의 행복이었어. 슬비야, 아픔 모두 훌훌 털고 훨훨 날아 온 세상 다 여행하며 행복해야 해. 나중에 꼭 엄마랑 다시 만나자. 사랑해."

짧지만 깊었던 그의 삶은 사랑과 희생으로 기억될 것이다. 가족과 지인들은 이 씨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선물이 또 다른 희망이 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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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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