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지법. 영남일보 DB
최근 교도소에서 출소한 A(33)씨. 그는 동네 후배 B(24)씨와 인터넷 도박을 하다 돈을 잃자, 대담한 사기 행각을 구상했다.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이 갖고 있는 불법 계좌를 정지시킨 뒤, 그 대가로 돈을 요구하기로 한것.
범행은 치밀했다. 도박사이트 계좌에 소액을 송금하고 수사기관에 사기를 당했다고 허위 신고한 뒤 사건사고 사실확인원을 발급받기로 했다. 이후 금융기관에 도박사이트 계좌에 대한 지급 정지를 신청키로 계획했다.
지난해 8월 26일 A씨 등은 범행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41개 도박 계좌에 각 10만원씩 총 410만원을 송금했다. 이후 전북 정읍경찰서를 방문해 “평소 알고 지내던 선배를 사칭한 불상자에게 사기를 당한 것 같다. 텔레그램을 통해 대금 정산이 필요하다며 접근해 돈을 송금했다. 계좌들을 지급정지 해야 하니 사건사고 사실확인원을 발급해달라"고 허위 신고했다.
같은 날 대구의 한 저축은행을 방문한 이들은 경찰로부터 발급받은 사실확인원 서류를 제출하며 “이 계좌로 사기 피해금을 입금했으니 피해 환급을 요청한다"고 신고를 했다. 이 때부터 같은해 9월 3일까지 여러 은행들을 돌며 총 33개 계좌에 대한 지급 정지 및 피해 구제 신청을 일삼았다.
재미를 본 A씨는 지인 C(22)씨도 끌어들였다. A씨는 지난해 12월 24일 동일수법으로 29개 도박 계좌에 각 7만원씩 총 203만원을 송금했다. 이번엔 마산동부경찰서로 가서 허위신고를 했다.
이들은 이틀 뒤엔 대구 달서경찰서를 찾아가 22개 도박 계좌로 총 154만원을 송금한 사실을 역이용해 허위 사기 사건을 접수했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결국 덜미가 잡힌 A씨 등은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법 형사4단독(부장판사 김문성)은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또 B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C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 C씨에게는 각각 1년간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 A씨는 범행 방식이나 구조를 잘 알아 주도적으로 범행을 반복했다. 특히 동종 범행으로 인한 누범 기간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범행을 반복했다. A씨의 죄는 무겁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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