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눈] 오세훈 향했던 '5060 여심' 누가 사로잡을까

  •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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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14  |  수정 2025-04-14 07:37  |  발행일 2025-04-14 제2면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번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자신의 출마선언식(13일)을 불과 하루 앞두고서다.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오 시장 입장에선 굳이 '탄핵 대선' 판에 뛰어들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상당히 불리한 구조다. 이번엔 쉬어가고 다음에 김동연 경기도지사나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 민주당 차차기 잠룡들과 붙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명태균 게이트'도 꺼림직하다. 오 시장은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 출마한다면 경선은 물론, 본선에서도 명태균씨와의 연결짓기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토허제(토지거래허가제)'도 부담이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묶여 있던 토허제를 섣불리 해제했다가 39일 만에 다시 묶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화들짝 놀라 재지정했는데, 결국 미숙한 행정력만 드러내고 만 것이다.

오 시장의 불출마로 국민의힘 대선 경선판은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오 시장을 향한 지지층을 누가 흡수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당장 국힘 대선주자들은 오 시장에게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애저녁에 오 시장을 두둔했다. 오 시장이 토허제 번복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도 홍 시장은 '잘못된 관행이지, 오 시장 잘못이 아니다. 오 시장 힘내세요'라며 용기를 북돋았다. 오 시장 불출마 선언 직후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오 시장의 정책을 받아들이겠다"고 했고, 안철수 의원은 "보수 재건을 위한 희생"이라고 치켜세웠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오 시장의 몫까지 뛸 것"이라고 했다. 모두 오 시장의 지지층은 물론, 그가 보유한 중도층 소구력도 가져오기 위한 행보다.

그렇다면 과연 오 시장의 불출마로 혜택을 볼 후보는 누구일까. 정치 전문가들은 지지층이 오 시장과 겹치는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본다. 오 시장에게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는 계층은 50·60대 여성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는 후보가 오 시장의 지지자까지 흡수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번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빅4'(4강 진출자)의 변동 가능성도 커졌다. 지금까지 여러 언론사가 의뢰한 다양한 여론조사기관의 선호도에서 오 시장은 늘 4강 안에 들었다. 이제 오 시장 대신 누가 그 자리를 차지할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유승민 전 의원도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등록을 하루 앞둔 13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보수 대통령이 연속 탄핵 당했음에도 당은 제대로 된 반성과 변화의 길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이번 경선에서 도입될 '역선택 방지 조항'을 두고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오 시장에 이어 유 전 의원까지, 보수 진영의 유력 대권주자들이 잇따라 불출마하면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진식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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