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아부다비로 간 간호사, 시골 진료소 '어르신 목욕탕'을 탄생시킨 보건소장의 36년 여정

  •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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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18  |  수정 2025-04-18 08:58  |  발행일 2025-04-18 제19면
[신간] 아부다비로 간 간호사, 시골 진료소 어르신 목욕탕을 탄생시킨 보건소장의 36년 여정
최영란 지음/메이킹북스/156쪽/1만6천800원
1970년대 격동의 시기. 한국 간호사 최초로 중동 아부다비에 파견돼 의료 활동을 펼치고, 귀국 후 36년간 오지 마을에서 헌신해온 간호사가 있다. 이 책은 저자의 단순한 생애를 넘어 희생과 사랑, 헌신으로 이어진 숭고한 여정을 담았다.

저자는 경북보건대 간호학과(전신)를 졸업하고, 중동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의 코니쉬 병원(Corniche Hospital)에 파견돼 3년간 근무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의료 사각지대인 오지 마을의 보건 진료소장으로 부임해 어르신들을 돌보는 것은 물론, 33명의 아기를 직접 받아내는 등 지역 사회를 위한 헌신의 삶을 이어갔다.

진료소 운영은 쉽지 않았다. 비가 오면 천장 아래로 물이 새고, 태풍에 연탄창고 지붕이 날아가는 날도 잦았다. 저자는 문득, 영국 에든버러 공항에서 보았던 따뜻한 샤워실을 떠올린다. 그리고 생각했다. '우리 고향 어르신들에게도 이런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는 손수 진료소 샤워장 설계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수십 차례에 거쳐 완성한 도면으로 담당자들을 설득했고, 결국 어르신들을 위한 목욕탕이 탄생했다. 이곳은 농사일을 마친 어르신들이 몸을 씻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됐고, 김천시 16개 진료소를 비롯해 전국 단위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저자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자녀들 역시 의사의 길을 선택해 온가족이 의료인으로서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퇴임 후에도 그는 글쓰기와 서예, 문인화를 배우며 새로운 배움의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삶을 담은 이 책은 우리가 잊고 지내던 공동체와 봉사, 헌신의 가치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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