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환길 대주교 “번거롭게 인사하지 말고 편히 식사하라던 교황의 모습 잊을 수 없어”](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4/news-p.v1.20250422.3b244ef65eff42b7be22322a4a27fbad_P1.jpg)
22일 오전 대구 중구 천주교 대구대교구청에서 조환길 대주교가 영남일보와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지난 21일(현지 시각) 선종(善終)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걸음은 늘 낮고 소외된 곳을 향했다. 평생을 가난한 자와 어울리며 몸소 복음을 실천했다. 무엇보다 권위를 벗어던지고 소탈한 모습을 자처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 시절에는 관저가 아닌 작고 허름한 아파트에 살았다. 교황 즉위 후 복장부터 바뀌는 역대 교황과는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추기경 시절부터 사용하던 가슴 십자가와 검정색 구두를 고집했다. 그는 떠날때까지 소박하고 소탈했다. “무덤은 장식 없이하고, 묘비엔 이름만 남기라"고 유언했다. '가난한 자들의 아버지' '청빈의 삶을 산 구도자'라는 수식이 붙는 이유다. 지구촌 곳곳에서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영남일보는 22일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를 만났다.
▶ 교황께서 결국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선종하셨습니다.
“한달여간 치료를 받고 퇴원은 했지만 얼굴이 붓고 병세가 남아 있는 모습이 역역해 걱정을 하던 차였습니다. 다행히 부활절 미사에 참석해 대중에게 메시지를 남기는 모습을 보고 괜찮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부활절 다음 날 선종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 힘든 상황에도 부활절까지 버티며 신자들과 세상에 축복을 내린 것은 당신 스스로 초월적인 노력을 했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교황께서는 20대 청년시절에 폐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했고 한쪽 폐를 절단하는 큰 수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최근에 입원했던 이유도 심각한 폐렴 때문이었죠. 그 어려운 가운데서도 대중 곁에서 참고 버텨낸 것이 존경스럽습니다."
▶ 한평생 가난한 이들을 보듬고 그들을 위해 몸소 복음을 실천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이미지가 강합니다. 그런 성향이 있었기 때문에 가난하고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과 늘 함께하며 그들을 격려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가톨릭 교회는 무척 보수적이지만 그 실천적인 면은 굉장히 개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회는 선교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가난한 이들을 먼저 돌보는 것이 '교회의 의무'이고 그것이 '교회 정신'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가치를 자주 잊고 살아갑니다. 교황께서는 항상 낮은 곳에 머물며 우리에게 그것을 몸소 가르쳤던 것입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교황께서는 2013년 즉위 이래 매년 성목요일이면 교도소와 난민센터, 노인 요양원 등을 방문해 세족식을 했습니다. 죄수들의 발을 씻겨주고 입을 맞췄습니다. 그런 일은 용기와 열정 없이는 어렵습니다. 우리가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말은 자주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조환길 대주교 “번거롭게 인사하지 말고 편히 식사하라던 교황의 모습 잊을 수 없어”](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4/news-p.v1.20250422.517b7c308fb34f7bb4fe6752886ffb2b_P1.jpg)
22일 오전 대구 중구 천주교 대구대교구청에서 조환길 대주교가 영남일보와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교황 생전에 수차례 직접 만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분이었습니까.
“2014년 한국 방문 당시에 만난적이 있습니다. 2015년과 지난해 9월 한국 천주교 주교들의 교황청 정기방문 때도 뵙습니다. 교황께서는 즉위 이후 교황청 내의 전용 숙소도 마다하고, 과거 로마를 찾았을 때 묵었던 방문객 숙소인 '마르타의 집'에서 지냈습니다. 지난해 방문 당시 우리 일행도 일주일 정도 그곳에서 머물렀습니다. 식사시간때 식당을 가면 교황께서도 저쪽에서 조용히 식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먼저 인사를 하면, 편하게 식사 하라며 다음부터는 번거롭게 인사를 하지 말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그때 이분은 높은 자리에 있지만 참 소박하고 남을 무척 배려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모습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정말 본받아야 될 분입니다. "
▶ 교황청 방문 당시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는지요.
“20여명의 한국 주교들과 1시간 30분정도 이야기를 나눈 자리가 있었습니다. 한 주교가 “어떻게하면 주교의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겠느냐"고 교황께 물었더니 “잘 먹고 잘 자고 기쁘게 사십시오"라고 답하더군요. 그 말씀이 참 단순한 것 같아도 깊은 뜻이 담겨있고 중요합니다. 맡은 일을 잘 하려면 기쁜 마음으로 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잘 먹고 잘 자라는 것은 내 몸이 건강해야 복음 전파하는 일도 잘 할 수 다는 뜻입니다. 또 교황께서는 하느님과 친밀하고 신자들과 친밀하고 사제들과 친밀하게 지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사람들이 아주 열심히 잘 한다고 칭찬하셨습니다. 아시아에서 한국 교회가 많이 발전했으니, 그에 맞는 중요한 역할을 하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교황께서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습니다.
“2027년 '세계청년대회'(WYD) 개최지가 서울로 결정되어 교황께서는 방한을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이제 이룰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무엇보다 지난해 교황청 면담때도 교황께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늘 기도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습니다. 북한에서 초청을 하면 기꺼이 방북하겠다고도 했는데, 교황께서는 언제든지 가실 준비가 돼 있는 분 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실현되지 못해 아쉽기만 합니다. 2014년 교황께서 한국을 찾았을때, 명동 성당에서 마지막으로 미사를 했는데, 그때도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였습니다."
▶늘 화해와 화합을 강조했습니다
“교황께서는 종교와 사상, 신념이 다르다고 해서 상대방을 배척하면 안 된다고 늘 당부했습니다. 서로 존중해야 평화가 올 수 있다고 말씀했습니다. 교황의 당부는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지금 우리는 나와 뜻을 달리하면 적으로 보고 타도의 대상으로 생각합니다. 갈등과 분열이 극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과거에는 경제적 양극화가 문제였는데, 지금은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합니다. 이는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신자들 사이에서도 나타납니다. 굉장히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소통하며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새정부에서는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 바로 통합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취임 전후에 만난적이 있는데, 그때도 통합을 이야기 했습니다. 새 정부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생각과 신념이 달라도 능력있는 인물을 등용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즉위하면서 교황청 장관직에 다양한 인물들로 채웠습니다. 전통적으로 추기경이나 주교들이 차지하는 자리인데, 교황께서는 수녀는 물론 성직자가 아닌 평신도들에게도 장관직을 맡겼습니다. 그러면서 소통하고 화합하며 복음을 실천했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상대를 끌어안고 소통하며 통합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교황의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 안식에 든 교황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교황의 자리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감내해야 합니다. 지난해 교황청 방문 당시 오전 8시30분에 집무실에 올라갔는데, 교황께서는 벌써 다른 단체를 만나고 계셨습니다. 시간을 쪼개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또 틈을 내 해외일정을 소화해야 합니다. 그 중책을 맡아 고생한 것에 대해 감사합니다. 정말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하느님 품에서 편히 쉬길 바랍니다."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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