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7일 광주광역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광장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대통령선거에 나선 주요 후보 3명 모두가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제7공화국' 개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87체제' 후 40년 만에 대한민국 헌정 질서의 근본적인 변화가 예고된 셈이다. 후보들이 권력구조·선거제도 등에서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평가다. 하지만 지역에서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는 '지방분권' 개헌에 대해서는 약속이나 한듯 입을 다물고 있다.
1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 4년 연임제' 등 헌법 개정을 공약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시대 흐름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과 더 촘촘한 민주주의 안전망으로서의 헌법을 구축할 때"라며 개헌 추진에 나설 뜻을 분명히했다. 앞서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권력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내란 종식'이 먼저라면서 개헌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날 이재명 후보의 언급으로 국회에서도 개헌 논의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경제를 판갈이 합니다-새롭게 대한민국' 경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헌에 적극적인 모습을 내비쳤던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이날 이재명 후보의 개헌 공약에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내는 동시에 견제구도 날렸다. 김문수 후보는 입장문을 통해 이재명 후보의 개헌 의사에 대해 "일단 환영의 뜻을 밝힌다"면서도 "'연임제'라는 표현 속에 장기 집권의 여지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닌지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문수 후보는 또 "개헌과 관련해 수차례 말 바꾸기를 일삼아 왔으니 국민 앞에 아예 문서로 확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즉각적인 개헌협약 체결"을 제안했다. 앞서 '대통령 4년 중임' 개헌을 주장했던 김문수 후보는 "국민의 개헌 요구는 권력자의 무제한 권력 연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권한 남용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치개혁은 권력자나 특정 정당의 이익이 아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통령 후보가 17일 서울 마포구 홍대패션거리에서 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도 1호 공약으로 "대통령 힘을 빼고 부처를 개편하겠다"면서 "높은 위치에 올라가면 즉시 개헌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유력 대선후보 모두 개헌 추진 의지를 명확히 한 만큼 차기 정부에서 헌법개정 논의가 실질적인 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주요 후보 모두 개헌을 공약한 만큼 이번 대선은 미리 보는 개헌 국민투표가 될 것"이라며 "원내 1당으로 170석 이상을 보유한 민주당이 속도를 낼 경우 헌법 개정 논의가 빠르게 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