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폭탄 현실화…포항 철강 ‘생존 절벽’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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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01 19:02  |  수정 2025-06-01 20:56  |  발행일 2025-06-01
“25%도 버거웠다” 포항 철강 ‘긴장’
美, 4일부터 50% 관세 전격 시행
중국산 밀어내기…수출길 ‘막막’
지역경제 붕괴 우려…정부 관세 대응책 절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오는 4일부터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철강도시 포항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사진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출선 모습. <포스코 제공>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오는 4일부터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철강도시 포항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사진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출선 모습. <포스코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일부터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철강산업의 심장이라 불리는 포항이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 3월 시행된 25% 관세조차 '겨우 버티는 수준'이었다는 포항 철강업계는 이제 생존 전략 수립이라는 절박한 과제에 직면했다.


포항은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대표 철강기업이 집결한 철강산업의 중심지다. 특히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강관업체들이 밀집해 있어 관세 인상은 곧바로 실적 직격탄으로 연결된다. 지난해 전체 대미(對美) 철강 수출 가운데 약 40%가 강관 제품이었고 포항소재 넥스틸, 세아제강, 휴스틸 등의 미국 매출 의존도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포항 철강업계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에 따른 철강 가격 상승으로 25% 관세를 어느 정도 흡수했지만, 50% 관세는 가격 우위를 유지가 힘들다는 판단이다. 철강 제품 특성상 마진율이 낮고 원가 경쟁력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추가 관세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포항의 한 강관업체 관계자는 "50% 관세는 사실상 '수출 봉쇄' 조치"라며 "당장 물량을 돌릴 시장도 마땅치 않다"고 호소했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이 철강 수입을 틀어막는 사이, 중국 등 경쟁국이 다른 시장으로 밀어내기를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중국산 열연, 후판 등의 저가 공세로 아시아·유럽 시장에서 한국산 철강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 시장까지 닫히면 철강 전반의 판로 확보가 어려워진다.


특히 일본제철이 US스틸 인수를 마무리하면 미국 내 생산 역량을 갖춘 일본산 철강이 한국산을 빠르게 대체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자동차 강판, 냉연, 도금 등 포스코와 일본제철이 겹치는 주력 품목은 그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은 미국 현지 투자 확대라는 대응 카드가 있지만 중소 강관업체들은 상황이 다르다. 넥스틸과 세아제강지주 등이 미국 휴스턴에 현지 공장 확대를 모색 중이나 현실적인 자금 조달과 인허가, 생산망 확보 등에 막혀 있다. 이로 인해 중소업체는 단기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지역경제 차원에서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포항은 철강산업을 기반으로 중소 협력업체, 물류, 서비스업 등이 얽혀 있는 구조다. 철강업체가 수출을 줄이거나 감산에 돌입하면 지역내 고용 감소와 생산 차질로 이어지게 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정치적 계산'으로 해석하며 실제 50% 관세가 시행되기까지는 변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내 물가 상승 압력과 수요 산업의 반발 등 복합 요인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철강업계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움직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미국 내 제철소 건립 등 현지화 전략을 재가동하는 것도 이같은 현실 인식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충격을 계기로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 의존형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남아, 유럽, 중동 등 신흥 시장 개척은 물론 고부가 제품 중심의 수출 전략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대응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포항 철강업계는 지금 '수출 생존'을 넘어 '산업 존립'을 걸고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정부와 민간이 긴밀히 협력해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 한국산 철강의 입지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가 됐다.


포항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철강업체가 타격을 입으면 그 파급 효과는 지역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는다"며 "정부 차원의 긴급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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