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보수의 길을 찾다 - 上] 보수의 문제는 ‘민심을 듣지 않는 불통’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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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08 22:11  |  발행일 2025-06-08
국민의힘 김문수 전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절을 한 뒤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전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절을 한 뒤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대통령선거는 보수진영에 심각한 후과(後果)를 안겼다. 3년 만에 정권을 내주면서 국민의힘은 '소수 야당'으로 전락하고, 설상가상 '내홍'까지 지속되면서 사태 수습 방안조차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보수진영의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위기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영남일보는 기획시리즈를 통해 보수진영의 대선 참패 원인을 분석하고 보수정치의 재건을 위한 과제를 모색하고자 한다. 첫 번째 순서에선 대선 과정을 '복기(復碁)'하면서 왜 민심은 보수진영을 외면했는지 진단한다. 이어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TK)을 중심으로 보수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고, 혁신 방안을 살펴본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안철수, 나경원 의원 등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안철수, 나경원 의원 등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 진영은 민심과 어긋난 선택을 했다." 보수의 기록적 패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 지방선거 이후 사실상 대부분의 선거에서 패배했고, 민심 이탈 '경고등'은 수차례 켜졌다. 지난해 총선에서 108석밖에 얻지 못한 것을 보면 그동안 보수의 위기는 꾸준히 이어져 온 셈이다. 그럼에도 보수는 민심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채 괴리되고 불통을 반복하며 정권을 내주게 됐다.


이번 대선만 해도 국민의힘은 국민의 주된 관심사인 경제와 민생 문제에 대해 명확한 비전과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더 나아가 중도층의 합리적인 요구를 외면하고 강경 일변도의 모습만을 보였다. 이로 인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측이 내세운 '중도보수 정당'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 셈이다.


물론 이번 대선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파면에 따라 이뤄진 만큼 보수진영이 시종일관 수세적인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특수성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민심을 읽어내지 못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 초기부터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선거 전략의 핵심 과제였으나, 결과적으로 거리 조절에 완전히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 지도부는 대선이 임박한 시점까지도 윤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둘러싼 내부 갈등을 고스란히 노출하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는 유권자들에게 '변화와 쇄신에 대한 의지가 없는 정당'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당시 김문수 후보 역시 계엄에 대해 사과만 했을 뿐, 윤 전 대통령과의 분리에 대해선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도층으로의 확장은 손도 대지 못했다. 선거운동 기간 내세운 국민의힘 전략이 시종일관 '기존 지지층 결집'으로 귀결됐다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


보수진영에서 '단일화' 요구가 아무리 높았다고 하더라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무리한 단일화 시도는 국민이 등을 돌리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TK지역 한 의원실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비토 정서가 강해지는 와중에도 당은 오히려 더 밀착하는 모습이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주도한다고 의심을 받은 '단일화 논란'이 그 정점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두 번의 당대표 축출 등 민심을 벗어난 선택이 중도층은 물론 보수층 일부까지 이탈하게 만들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에 실패하고 고립을 자초한 또 다른 주요 원인으로는 '강성 유튜브 보수'와의 과도한 밀착이 지목된다. 이러한 현상은 단기적으로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당의 이미지를 극단으로 치우치게 하고 합리적 유권자들의 이탈을 가속화하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이 강성 지지층, 특히 '극우 유튜버'의 목소리에 과도하게 휘둘리는 듯한 모습은 꾸준히 문제로 지적되며, 중도층 확장에 심각한 장애물로 거론됐다. 하지만 이를 방치한 탓에 이번에도 외연 확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국민의힘의 참패는 어느 하나의 문제가 아닌 그동안 지속된 '민심 이반'을 들여다보지 않고 간과한 총체적 실패의 결과물이라는 지적이다. 대구 출신 한 정치평론가는 "정치는 무엇보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대응하는 것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윤 전 대통령이 임기 2년차부터 지속된 20%대의 지지율이 '불통'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등 민심은 계속 경고를 보냈지만, 보수 진영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요구를 듣지 않는 정당에 미래는 없다. 보수진영은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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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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