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시대의 두 어른이 전하는 '불안세대' 청년 생존법

  •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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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12 15:34  |  수정 2025-06-13 19:47  |  발행일 2025-06-12
이 책은 시대의 두 어른이 대담을 통해 청년 세대에게 전하는 조언이다. 사진은 호세 무히카(왼쪽)과 노엄 촘스키. <시대의창 제공>

이 책은 시대의 두 어른이 대담을 통해 청년 세대에게 전하는 조언이다. 사진은 호세 무히카(왼쪽)과 노엄 촘스키. <시대의창 제공>

촘스키와 무히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촘스키와 무히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사울 알비드레스 지음/노엄 촘스키·호세 무히카 대담/최사라 옮김/시대의창/300쪽/2만원


2017년 7월,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외곽의 한 농장에서 이 시대 두 '어른'의 특별한 만남이 성사됐다. 멕시코의 한 젊은 청년이 마련한 이 자리에서 북미 지식인과 남미 정치인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광경이 사흘간 이어졌다.


주인공 중 한명은 '현대 언어학의 아버지'이자 살아있는 양심이라 불리는 세계적인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다. 미국에서 태어나 MIT 석좌교수를 거치며 작가, 정치평론가, 사회운동가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또 다른 인물은 '페페(할아버지)'라는 애칭을 가진 전 우루과이 대통령 호세 무히카다. '세계에서 가장 검소한 대통령'이라 불렸던 그는 지난 5월13일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신간 '촘스키와 무히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는 멕시코의 활동가 출신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청년 사울 알비드레스가 주최한 두 사람의 대담과 촘스키의 현지 강연을 담은 책이다. 전쟁과 기후위기, 정치의 부조리와 부패, 자본주의의 위기, 시장경제의 논리와 생산 문제 등 온갖 위험에 내몰린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선다. 저자가 만남을 주선한 두 사람은 현시대의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해답을 제시한다. 민주주의, 자유, 사랑, 우정, 목적이 있는 삶이 그 가치라고 꼽으며, 어쩌면 뻔할 수 있는 답이라도 위대한 어른인 두 사람의 말을 통해 더욱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책은 총 4장으로 나뉜다. 1장에서는 저자가 촘스키와 무히카를 만나고,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하기까지의 에피소드를 다룬다. 2장에서는 본격적인 진단이 시작된다. 두 사람의 대담을 통해 인류가 직면한 현실이 얼마나 암울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촘스키는 위험을 크게 '핵(전쟁)'과 '환경 재앙'으로 내다봤다. 반면 무히카는 그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정치에 있다며, 정치가 시장 이익에 종속된 상황이라 설명한다. 훼손된 공공의 가치, 우선시되는 시장의 이익, 테러·마약과의 전쟁을 비롯해 각국의 상황 등 무거운 주제로 대담을 이어나간다.


3장에서는 진단된 문제를 바탕으로 '21세기를 위한 가치'에 대해 논의한다. 위기 극복을 위해선 근본을 바로잡아야 하며, 그를 위한 근본은 '가치'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사랑, 생명, 행복, 자유, 공동체, 연대, 민주주의와 자치 등을 언급한다. 특히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젊은 세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 세대가 느끼는 불안감은 이 시대 전체가 품은 감정이며 그들이 바로 가까운 미래를 책임질 당사자이기 떄문이다. 만성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청년 세대에게 무히카는 '살아갈 이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그래야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다. 꼭 사회를 바꾸겠다는 '미친 꿈'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4장에서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와 관련해 '디지털 사용자 혁명'에 관해 이야기한다. 촘스키는 매일 밤마다 전 세계의 청년들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질문들을 담은 메일을 수없이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젊은 세대에게 단호하게 조언한다. "스스로 생각하세요." 눈 가리개를 벗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면 모든 문제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무히카는 길고 긴 대담 끝에 이렇게 덧붙였다. "승리란 없습니다. 결국에는 죽음이 늘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승리는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넓은 의미에서 넘어질 때마다 일어나 다시 시작하는 겁니다. (…) 다시 만날 그날까지,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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