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2030년의 대구, 희망고문이 안되려면…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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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23  |  발행일 2025-06-23 제23면


김진욱 논설위원

김진욱 논설위원

2030년은 대구에게 매우 의미있는 해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개항, 대구 5개 군부대의 이전, 대구시청 신청사 준공, 대구염색산업단지 이전의 목표연도다. 목표대로 된다면 2030년의 대구는 지금보다 크게 발전했을테니 성공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필자의 눈에는 실패할 것 같다. 잘못하면 대구를 유령 도시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까지 든다. 부동산 공급 과잉을 유발하는 사업 방식 때문이다.


TK신공항 건설과 대구 군부대 이전은 '기부 대 양여'(寄附 對 讓與) 방식으로 진행된다. 230만평의 K2 공군기지 및 200만평의 대구 5개 군부대 후적지를 개발해 얻는 이익으로, 옮겨갈 지역에 공항과 군부대를 지어야 한다. 대구시청 신청사 이전 비용(4천500억원)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대구시유지 매각이 검토되고 있다. 대구염색산단 이전도 현 부지 매각을 전제로 한다. 매각된 부지는 어떤 형태로든 개발된다. 대구사회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역대급 규모의 부동산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대구에 엄청난 양의 아파트와 상가 공급이 예정돼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대구는 넘쳐나는 미분양 아파트와 공실인 상가때문에 휘청거리고 있다. 대구의 부동산경기는 공급과잉때문에 전국 최악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부동산 공급을 전제로 대구의 중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시도다. 이미 시장(市場)은 공적 사업도 공급과잉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 대구시가 TK신공항 건설 민간사업자를 구하려 했지만 어느 기업도 나서지 않았다. 올해 분양한 대구국가산업단지·금호워터폴리스·안심뉴타운의 일반용지가 미분양되고, 연호지구의 상업시설이 미분양된 것도 같은 메시지다.


대구는 공급과잉의 피해를 입은 적이 수 차례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 시절 대구의 아파트 인허가 신청이 폭주할 때, 공급과잉의 신호로 인식했다면 지금의 위기는 없었을 것이다. 2009년에는 새로 만든 문산정수장이 가동되자, 수돗물 공급과잉이 생겨 정상가동되던 두류정수장이 폐쇄된 경험도 있다. 공급과잉의 상징물인 두류정수장이 대구시청 신청사 예정지라는 사실도 아이러니하다.


최근 국민의힘 대구 국회의원들이 TK신공항을 정부 자금으로 지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대구군부대 이전 등을 고수한 채, TK신공항을 국비로 건립해달라는 요구는 공허하게 들린다. 정부가 TK신공항을 국비로 짓더라도 K2 후적지는 개발해 이득을 올려야 한다. 대구의 현실을 감안할 때 K2 후적지 하나만 개발해도 이익을 장담하기 어려운데, 군부대 후적지 등을 동시에 개발하겠다는 대구시의 계획이 정부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가.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시절 "2030년 TK신공항이 개항할 수 있도록 사업 지연 요인을 조속히 해소하겠다"고 했다. 누군가에게는 대구 군부대 이전, 대구시청 신청사, 대구염색산업단지 이전이 TK신공항 건설의 사업지연 요소로도 비쳐질 수 있다. 4개 사업중 어느 하나라도 성공하려면 우선순위와 시기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의힘 대구국회의원 뿐 아니라 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 대구시당, 그리고 대구시의회까지 참여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2030년의 장미빛 전망이 희망고문이 되지 않으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모두 다 이루려다 어느 하나도 성사시키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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