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86%, "사적 연락통로로 민원 들어온다"
교사 56%, "민원 대응팀 대한 안내 자체 부족"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열린 제주 교사 추모 및 교권 보호 대책 요구 전국 교원 집회. 경북교사노조 제공
경북 도내 교사들이 감당하는 민원의 무게가 개인의 휴대전화로 쏟아지고 있다. 학교 민원에 대응하기 위한 공식 창구는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제주에서 발생한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육계는 악성 민원에 대한 구조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스템은 현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경북교사노조(위원장 이미희)는 25일 도내 교사 142명을 대상으로 한 '학교 민원 시스템 실태'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6%가 '교사 개인의 휴대전화나 온라인 소통 앱을 통해 민원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이는 학교 전화나 방문 등을 통한 공식 창구 응답률(43%)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응답자 다수는 악성 민원의 유형으로 △교육 외 사안을 포함한 포괄적 민원(87%) △신원을 밝히지 않는 비형식적 민원(71%) △교사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과도한 요구(69%)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민원(42%) 등을 꼽았다. 특히 민원이 정해진 창구를 통해 접수되지 않고 교사 개인에게 집중되면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중된다는 점이 큰 문제로 지적됐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은 '교장이 민원 처리의 책임자'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교장이 이를 책임지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6.8%에 그쳤다. 많은 학교에서 민원이 사실상 교사 개인에게 전가되고 있는 셈이다.
경북교육청은 '2025 교육활동 보호 추진 계획'을 통해 '학교 민원대응팀' 운영을 명시하고 있다. 최소 3인 이상으로 구성된 대응팀이 특이 민원을 접수해 처리하도록 안내하고 있지만, 현장의 인식은 제도 취지와 달랐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6%는 '민원 대응팀에 대한 안내 자체가 부족하다'고 밝혔고,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한 교사는 12%에 불과했다.
공식 민원 창구의 필요성에 대한 요구는 분명했다. 교사의 85%가 '온라인 민원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필요한 기능으로는 △근무 시간 외 민원 차단(86%) △악성 민원 필터링(82%) △교육청·경찰과 연계된 신고 기능(80%) △전자적 민원 관리 시스템(73%) △반복 민원에 대한 FAQ(59%) △상담 유형 분류와 안내 기능(56%) 등을 제시했다. 특히 교사 94%는 '민원 방문 사전예약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해, 무분별한 접근에 대한 통제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이미희 경북교사노조 위원장은 "교사 개인에게 과도하게 쏠리는 민원 부담은 반드시 줄여야 한다"며 "경북교육청은 형식적인 지침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민원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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