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이 이어진 8일 오후 대구 중구 달성공원에서 벵골호랑이가 물속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대구기상청 관계자는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온열질환에 걸리기 쉬우니 수시로 수분 섭취를 하고 장시간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예보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8일 오후 3시쯤 찾은 대구 달서구 이월드의 야외동물원 '주주팜'. 야외 방사돼 있는 알파카들이 태양을 피해 그늘막 아래 누워있다.

8일 오후 3시쯤 찾은 대구 달서구 이월드의 야외동물원 '주주팜'. 먹이 체험장에 있는 염소 한마리가 파라솔 아래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8일 오후 1시쯤 대구 달성공원 호랑이 방사장 앞. 이날 대구지역 낮 최고기온이 35℃에 달했다. 사람처럼 동물들도 혹서기가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암컷 뱅갈호랑이 '호리'는 방사장 안에 마련된 얕은 물웅덩이에 몸을 반쯤 담근 채 더위를 식히기 바빴다. 대프리카의 날씨가 굉장하긴 한 모양이다. 호리는 머리만 물 위로 내미는 등 같은 자세를 계속 유지했다. 움직임을 보고 싶었지만 한동안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10여분이 지났을까. 호리는 이제서야 천천히 물에서 몸을 일으켰다. 몸털 곳곳에 밴 물기가 마를 새도 없이, 방사장 인근 파라솔 아래 그늘로 향했다. 그리고, 몸을 웅크리고 낮잠을 청했다.
호리 외에도 달성공원 내 동물들에게 대구 폭염은 '버거움' 그 자체였다. 아프리카에 주로 서식하는 사자 역시 살인적인 더위를 피해 실내 방사장 문 앞에 누웠다. 그러면서 야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더운 지역에서 살다 온 것이 무색하게 이글거리는 태양을 피하려고만 했다.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물개들은 냉수를 찾아 이동하기 분주했다. 연신 냉수가 뿜어져 나오는 방사장 내부 수도관으로 삼삼오오 모여 들었다. 물개들은 쏟아지는 물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시원한 울음소리와 함께 몸을 이쪽저쪽으로 마구 뒤집었다.
달성공원이 각 사육장에 공급하는 냉수와 얼음, 제철 과일 등이 동물들에겐 그야말로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여겨지는 듯 보였다. 긴 호스를 동원한 물 샤워도 동물들에겐 '가뭄 끝에 단비'처럼 반갑기 그지없었다.
달성공원관리소측은 "올여름 폭염이 역대급이 될 것 같다. 동물들도 힘들긴 매한가지"라며 "일일이 건강 상태를 확인한 뒤 컨디션이 양호하면 얼음을 동반한 먹이나 냉수를 제공하고, 기력이 떨어지면 특별 사료에 영양제·단백질·포도당 등을 섞어 준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3시쯤 찾은 대구 이월드 내 야외 동물원 '주주팜'으로 자리를 옮겼다. '동물 우리' 안에서 휴식을 즐기다, 야외로 나온 동물들은 고스란히 '한증막 더위'를 감내해야 했다. 사육장으로 나온 알파카와 사슴, 염소, 토끼들은 모두 그늘 아래로 몸을 숨겼다. 알파카와 염소는 사료통 주변 칸막이에 엎드려 연신 숨을 고르기에 바빴다. 토끼들은 무더위에 지쳐 퍼지기 일보 직전처럼 보였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탓에 먹이 체험 프로그램도 잠정 중단(6~8월)됐다. 주주팜 내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거나 사진을 찍으러 온 일부 관람객들은 비어 있는 사료 자판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발길을 돌렸다. 더위에 지쳐 꿈쩍도 않는 동물들에게 야속한 눈빛을 보이는 이들도 더러 목격됐다. 운영시간도 짧아졌다. 확인결곽 기존 오후 6시까지였던 주주팜 운영 시간이, 최근 오후 5시로 1시간 단축됐다.
이월드 측은 "폭염이 지속되면 동물과 관람객 모두 안전에 유의해야 해 운영 시간을 조정할 수 밖에 없었다"며 "냉방 시설을 계속 가동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동물들을 찬 물에 자주 샤워시키며 무더위에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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