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의 관세 압박, 李 정부 실용외교 시험무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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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02  |  수정 2025-09-02 16:42  |  발행일 2025-09-02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 한·일 정상에 직접 서한을 보내 무역장벽을 없애지 않으면 상호관세를 원래대로 부과하겠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우리나라에 대한 협상 기한을 다음 달 1일까지 연장했지만, 트럼프의 고강도 관세 청구서는 동맹도 예외가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 셈이다. 트럼프가 '관세 편지'의 1순위로 한·일을 선택한 것은 다목적 포석으로 분석된다. 안보 동맹국도 예외 없이 '군기 잡기' 대상으로 삼았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세계 각국에 보여준 것이다. 또 자동차를 비롯한 제조업 분야의 강경한 관세 정책을 내세워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려는 속셈도 엿보인다. 결국, 우리가 내놓은 협상안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남은 3주 동안 뭔가 더 내놓으라는 일종의 경고장인 셈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선 트럼프의 이번 압박이 단순한 통상 갈등이 아니라 한미동맹의 전반을 관통하는 현안이다. 트럼프 정부는 통상과 방위비, 에너지, 기술협력을 한 묶음으로 다루고 있다. 이른바 '원스톱 쇼핑'을 원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트럼프의 변덕을 고려하면 우리 정부가 희망하는 만큼 받아내기는 쉽지 않은 협상이라는 점이다. 여기다 미국은 우리 정부의 미·중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겠다는 실용 외교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을 급거 방문해 고위급 협상을 벌였지만, 소용이 없었다는 점이 그 방증이다.


관세 협상이 경제는 물론, 안보와 기술주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냉정하고 정교한 전략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 국익 기반의 실용 외교도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남은 기간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을 갖고, 톱다운 방식의 협상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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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가격 인하 아닌 할인… 정부, 물가 잡을 근본 해법 내놔야


정부와 식품·유통업계가 밥상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규모 할인행사를 한다. 특히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라면·빵 등을 7~8월에 전국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지난 2일 발표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가공식품 소비자물가는 1년 전 보다 4.6%나 올랐다. 이에 정부가 물가 안정 대책 중 하나로 할인행사 지원 방안을 내놨다. 가공식품 가격은 주요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 에너지 비용 상승이 식품기업의 원가 부담을 높인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원가가 내린 제품은 가격을 내려야 하는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가공식품 가격 잡기에 나선 가운데 업계는 일단 할인이라는 카드로 정부의 물가 부담 완화 기조에 동참하지만, 아직 가격 인하는 검토하고 있지 않은 분위기다. 이미 지난 정부의 가공식품 가격 인하 압박에 따라 가격을 내린 데다, 생산비용 상승에 경제적 불확실성까지 커져 가격 인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빠르게 찾아온 폭염에 과일·채소 등 농산물 가격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수박, 상추, 고추 가격이 폭등했다. 정부가 가공식품 가격 상승세를 진정시켜놨더니 농산물 물가가 오름세다. 폭염으로 인한 축산물 피해까지 더하면 또 물가가 뛸 수 있다. 알다시피 한국 식료품 물가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스위스 다음으로 높다. 그 원인으로 농업 생산성을 포함한 식료품 시장의 낮은 생산성, 높은 유통비용 등이 지목된다. 긴급 처방과 함께 근본적 해법도 내놔야 한다. 새 정부는 밥상 물가를 잡아야 민심도 잡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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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준비위원장은 국무총리다


그저께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와의 첫 주례회동 안건으로 '경주 APEC'이 올랐다. 김 총리가 APEC 준비상황을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차질 없도록 현장도 방문하며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APEC 준비를 총리가 직접 챙기라는 대통령의 주문이었다. 주지하자면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은 총리, 주최정부는 이재명 정부다. 경주시나 경북도의 일이 아니다. 정부가 컨트롤타워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앞장서 준비에 진력해야 한다. 작금의 준비상황만 보면 '제2의 잼버리'가 우려된다. 이대로면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적 망신을 당할 판이다.


지난해 8월 APEC 준비위원장을 외교부 장관에서 총리로 격상했다. 국격에 맞는 정상회의가 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준비하겠다는 의지의 발로였다. 그러고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준비 상황은 영 실망스럽다. APEC이 14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상회의 만찬장 공정률은 20%대, 미디어센터 공정률 40%, 각국 정상과 수행원들이 묵을 숙소 공정률은 50%선에 불과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세계 20개국 이상의 정상을 맞이할 만찬장 공정률이 1/5 수준에 머무는 건 심각한 상황이다. 6월부터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하면서 현장의 어려움은 더 커지고 있다.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다가 대선 후 한꺼번에 공사가 발주되면서 장비와 인력 부족 현상까지 겪고 있다.


어쨌든 9월 중에는 모든 공사를 끝내야 한다. 촉박하다. 암 투병 중인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10월부터 경주에 상주할 예정이라고 한다. 준비위원장인 총리의 현장 방문은 당연한 일이지만, 빠른 시일 내 대통령이 직접 경주를 찾는 건 어떨까. 주마가편(走馬加鞭)의 독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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