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무리 지어 환호하고 비방하는 세태 유감

  • 박순진 대구대 총장
  • |
  • 입력 2025-07-14  |  발행일 2025-07-14 제22면
박순진 대구대 총장

박순진 대구대 총장

주말이면 가끔 사진기를 둘러메고 좋은 풍경을 찾아 훌쩍 떠나는 여행을 꿈꾼다. 그 길에서 멋진 풍경을 만나면 어설픈 솜씨로나마 좋은 사진을 남겨야지 생각해본다. 하지만 사물은 있는 그대로 포착되지 않는다. 사진으로 담기지 않는 풍경의 감흥이 있다. 서툰 솜씨로는 썩 아름다운 경치도 볼품없는 사진이 되기 일쑤다. 드물게 사진이 자연보다 멋지게 나오기도 한다. 별것 없는 풍경이 요행히 멋진 장면이 된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에도 성능 좋은 카메라가 탑재되어 있지만 눈으로 본 감흥을 다 담아내지는 못한다.


길을 가다 만나는 풍경만 그런가? 세상사도 마찬가지다. 보는 눈에 따라 사뭇 다른 장면이 보인다. 사람마다 자랑하고 싶은 일도 있고 숨기고 싶은 일도 있다. 저마다 보여주고픈 것과 남들이 보는 것은 다르다. 한 사람이 숨김없이 보여준 일도 남들은 그 의도대로만 받아주지 않는다. 사람마다 처한 위치가 다르고 이해관계가 상충하면 심지어 부정적인 면만 악의적으로 부각하기도 한다. 무리 지어 편을 나누어 여기서는 환호하고 저기서는 야유하며 심지어 적대하며 배척하는 일이 작금의 우리 사회에 흔한 장면이다.


세상을 위해 한 일도 제법 있고 나름대로 선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해온 사람들이 가혹한 세상의 비방에 좌절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열 중에 자랑할 일이 여덟에서 아홉이고 어쩌다 하나 또는 둘이 수치스럽거나 들키고 싶지 않은 일인데도 야속한 세상의 인심은 유독 그 하나 또는 둘을 침소봉대하여 손가락질한다. 보여주기 싫고 숨기고 싶은 일이 까발려져 낭패를 보기도 한다. 왜 대중 앞에 나와서 저런 꼴을 당할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손가락질받을 사람이 되려 손가락질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다.


대중 앞에 섰다가 멀쩡한 사람이 온통 까발려지고 험하게 곤욕을 치르는 일이 유난히 잦다. 나서지 않았더라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이다. 당사자로서는 제반 사정을 대중이 알아주지 않으니 야속할 따름이다. 선량한 의도와 진심을 나 몰라라 하고 힘든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충정도 알아주지 않으니 섭섭하다. 남들은 그럴 수 있다지만 잘 알고 지낸 지인들마저 그러는 현실은 서글프다. 어설픈 동정심마저 생긴다. 유명 연예인과 유력 정치인 만의 일도 아니다. 모임이나 조직에서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일이다.


작금의 세태가 이렇다 보니 선량하고 능력 있는 사람은 세상에 나서기를 꺼리고 오히려 자리를 탐하는 속물들이 요란스레 손들고 앞으로 나서는 민망만 일이 날로 늘어난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사회가 건강한 사회는 아니다. 정의롭지도 않다. 세상의 눈은 매섭다. 민심의 그물은 촘촘하여 좀처럼 빠져나갈 수 없다. 국가나 지역을 위해 일하고자 나선 사람은 한층 엄격한 기준이 요구되지만 한 때의 잘못이나 작은 흠결 때문에 한 사람의 능력과 성취를 송두리째 부정할 수는 없다. 헤집고 들춰내는 일만이 능사는 아니다.


인사청문 슈퍼위크가 시작되었다. 국정을 책임질 공직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연달아 열린다. 옥석을 가리는 일은 꼭 필요하다. 도덕성도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국회의원마다 내 편과 네 편을 나누고 정파적 입장만 앞세우는 볼썽사나운 모습만 눈에 들어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청문회에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국민이 많다. 한 주를 시작하며, 산적한 난제를 풀어낼 유능한 인재가 국가와 사회를 위해 선뜻 나서고 정쟁보다는 민생을 앞세워 일할 분들이 중책을 감당하기를 간절히 염원해본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