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장맛비 번갈아 덮친다…“한반도 기후, 동남아처럼 변해”

  •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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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17 10:12  |  발행일 2025-07-17
“장맛비 끝난 뒤 더 센 폭염 온다”…대기 불안정 장기화 우려
기상청 “짧은 소강 뒤 극심한 더위…체력 관리 필요”
전문가 “동남아 우기 닮은 기후, 이제 일상이 될 수도”
16일 대구 중구의 한 횡단보도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쓴 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대구지방기상청은 19일까지 대구와 경북에 비가 간헐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는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16일 대구 중구의 한 횡단보도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쓴 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대구지방기상청은 19일까지 대구와 경북에 비가 간헐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는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폭염 기운이 잠시 약화되자 장맛비가 되살아났다. 대구경북을 포함한 전국에 비가 이어지고 있다. 당분간 동남아시아 우기처럼 변덕스런 날씨가 계속되고, 이후 다시 역대급 폭염이 시작될 전망이다.


16일 영남일보 취재 결과, 현재 장마전선이 다시 활성화된 양상이다. 중국 대륙에서 저기압이 줄지어 동진하고, 일본 동쪽 해상에 자리잡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거대한 벽처럼 버티고 있다. 저기압이 한반도 주변에 머물도록 막는 형세다. 이 때문에 저기압이 머물며 며칠 간 비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15일부터 대구경북 전역에 내리는 비 역시 이같은 여파로 만들어졌다. 뜨겁고 습한 공기와 찬 공기가 강하게 충돌하며 그 경계선에 대규모 비구름대가 반복 형성되고 있다. 지역에 따라 시간당 30㎜ 안팎의 강한 비가 쏟아지고 있다. 기상청은 오는 19일까지 내릴 이번 비를 '장맛비'로 공식화했다.


이번 비는 계절상 '여름철 기후 전환기'에 해당한다.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낮 기온이 35℃를 넘나드는 폭염특보가 이어졌다. 지금은 한낮 기온이 28~30℃로 내려와 야외 활동 체감이 한결 나아진 상황이다.


문제는 현재 북태평양 해상에 머물러 있는 고기압대가 조만간 다시 서쪽으로 몸집을 불리며 한반도를 뒤덮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장맛비는 잦아들겠지만, 역대급 폭염이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역대 최고 수준의 늦여름 더위를 기록한 2023년에도 북태평양 고기압이 7월부터 동쪽으로 수축한 채 가을까지 이어졌지만, 올해는 다시 한반도 쪽으로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바람도 남서풍으로 바뀌며 한층 더 뜨겁고 습한 공기가 유입될 전망이다.


박경진 대구기상청 기후과장은 "비가 소강 상태를 보이더라도 곧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면 폭염이 다시 찾아올 것"이라며 "더위가 재개되기 전 이번 선선한 날씨를 체력 보충의 기회로 삼는 게 좋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간 폭염과 장마가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고 번갈아 나타나면서, 동남아 우기를 닮은 기후 양상이 점점 두드러지고 있다고 봤다.


계명대 김해동 교수(환경공학과)"우리나라에 자리잡은 저기압이 원래라면 요맘때쯤 동쪽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현재 북쪽에 위치한 고기압 때문에 정체하고 있다"며 "비가 길게 이어지고 강수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과거 한반도의 기후를 되찾긴 쉽지 않을 것이다. 불안정한 대기가 비와 폭염으로 이어지는 동남아와 비슷한 기후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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